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10.10 수 01:57
기획예술
[도시예술④] 생존은 역사다미디어작가 육근병
정우정 편집위원  |  jeongwj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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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호]
승인 2016.05.30  21: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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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예술④ 미디어작가 육근병

Survival is History
생존은 역사다

 

   
▲ The sound of landscape+Eye for field=yin & yang, clay+TV monitor, 1989

 지금 보이는 작품은 육근병 작가의 <The sound of landscape+Eye for field>다. 이 작품은 1992년 카셀 도쿠멘타에 초청받아 출품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봉분 가운데 비디오를 설치해 살아있는 사람의 눈을 더한 듯한 이 작품은 죽음과 삶의 경계를 허물며, ‘죽음’ 그 자체, 즉 역사를 다시 생명과 연계시켜 현재로 끌어냈다. 그가 역사를 바라보는 방식은 현재이지 과거가 아니다. 혹자는 역사를 과거의 이야기로 묻어두고 지나간 것으로 치부하지만, “마치 무덤의 형상처럼, 엄마 배의 형상처럼”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역사는 곧 무덤이자 산모의 배에 해당한다. 그에게 결과란 살아있는 눈(인간), 다시 말해 생존과 더불어 ‘현재’라는 시간성을 부여해서라도 여전히 지속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육근병 작가가 활용하고 있는 영상 기법은 20세기에 시작된 예술의 한 형식이다. 현대 미술은 매체의 발달로 미술 그 자체에 다채로운 기법을 더해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작품에 불어넣었다. 한국에서 비디오아트는 1960년대 말에 시작해 1980-90년에 이르러 알려졌으며, 2000년대에 들어 하나의 형식인 ‘미디어아트’ 장르로 자리 잡았다. 1960, 70년대 독일을 중심으로 일어난 전위예술운동인 플럭서스(FLUXUS) 운동과 그즈음 백남준의 등장, 1980년대 중반 디지털 혁명과 함께 미술계에도 큰 변화가 일었던 것이다. 육근병 작가가 알려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77년 카셀 도쿠멘타에 초청된 백남준 이후 두 번째로 카셀 도쿠멘타에 초청됐던 1992년이다. 그 전부터 국내 미술계에서 주목받아오던 육 작가는 이 전시를 계기로 세계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눈, 들여다보기

<The sound of landscape+Eye for field(1992)>에서 그는 초록색 풀로 덮인 실재 봉분을 제작해 정중앙에 동그란 구멍을 내고, 위에는 눈을 촬영한 영상을 더해서 과거에 현재를 증식시켰다. 그가 낸 구멍은 어린 시절 마을마다 있던 나무 대문의 옹이인 관솔 구멍에 대한 노스탤지어, 즉 기억이었다. 그는 그 속에서 바라보던 동경의 시각을 영상으로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부분을 통해 들여다보고 상상하던 어떤 것이 그 너머 있는 세계의 상상으로 이어진다. 이후 그의 작품에서 ‘눈’은 그가 그리는 일루전의 재현을 일구어내는 매개이자, “찾아내는 그 무엇”이 됐다. 그에게 예술이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찾아내는 것에 가깝고, 경험에 더 닿아 있으므로 관객은 그 작품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다.

   
▲ Survival is History 스틸 프레임, 빔 프로젝터, DVD, 리어 스크린, 230x230x600cm, 1995

특히 그의 작품 가운데 <Survival is History(1995)>에는 전쟁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전쟁이 가진 물리적 파괴성은 정치에 의해 실행되고, 생존하는 모든 것은 극단을 경험하며 그날의 사건들을 체험해 간다. 이러한 사건의 잔혹함은 기득세력뿐만 아니라 어린 병사와 풀, 바람, 그 주변의 먼지마저도 변형시키는데, 육 작가의 작품에는 이러한 사건의 시간성이 ‘눈’이라는 것에 포착되어 기록되는 것이다. 때문에 그가 기록한 눈이란, 푸코가 말한 ‘감시적’ 눈에 가깝기보다는 ‘순수’의 의미에 좀 더 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작품 속 유난히 순진무구한 안구의 움직임은 관객으로부터 그 이상의 시간을 연상하게 한다.

바라보고 있으면 강렬하게 빠져드는 육 작가의 작품 속 눈은 도심 여러 곳에 등장했다. 도시 후미진 골목 건물 벽이나 번화한 빌딩 숲 속, 각국의 갤러리, 유엔 본부 외곽 벽 등 1990년대 이후 그가 등장시켜야 했던 눈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이처럼 설치 미술에서 등장한 멀티미디어 기술의 전환은 예술의 언어를 확장시켰고, 표현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작가의 시도 또한 광범위하게 펼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기류에 생존해 있는 육 작가의 역할도 ‘역사’의 한 부분이 되고 있는 것이다.

   
▲ Survival is History 혼합재료(mixed media), 200x400cm, 2012

전쟁과 기근, 자연, 소리에 주목하고 그 속에서 시간성을 되살려내는 육근병의 작업은 ‘생존’이라는 그 자체로 함축할 수 있을 것이다. <Nothing>을 기점으로 그는 보이지 않는 바람이나, 소리, 물과 같은 자연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창작의 위기 속에서 “새것이 아닌 찾아내는 것이 곧 창작이며, 살아 있는 것에서 나아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이 예술이자 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육근병 작가의 말은 길을 잃어 가는 듯한 예술에 강력한 힘을 불어넣는다. 


육근병(1957~) 현대미술가. 경희대 미술교육과와 동대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1988년 첫 개인전에서 미디어아트를 선보여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198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1992년 카셀 도쿠멘타, 1995년 프랑스 리옹 비엔날레 등에 작품을 출품했으며, 1997년 독일 칼스루히에서 ZKM(International Award for Video Art)상을 수상했다. 비디오아트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드로잉, 소리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을 시도하고 있다.

정우정 편집위원|jeongwj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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