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에서 예술학 석/박사과정생 되기

 

지난달 조형예술학과 대학원 한 실습실에 외부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침범한 사건이 일어났다. 예술계열 원생들은 학과 공간이 지하에 마련돼 있는 터에 보안의 허술함까지 확인돼, 평소 느꼈던 불안감을 다시 극대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일은 며칠 뒤 잠금 문고리로 교체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다행히 해당 외부인이 같은 계열의 타학과생으로 밝혀지면서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순수예술 자산이 가득한 실습실에 잠금장치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였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공적으로 문제제기하기를 극도로 꺼리는 해당 과의 분위기였다. 이들에게는 “여섯 예술계열(세부 열여섯 학과) 중 겨우 한 계열(세 개 학과)만이 서울 본교 지하에 실습실을 갖고 있는데, 문제가 커질 경우 이 공간마저 잃을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예술계열 원생들의 연구 공간 부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1년 본·분교 통폐합으로 예체능 계열의 편제를 안성캠퍼스로 옮기면서 ‘예술계열의 연구공간은 안성’이라는 인식이 더욱 공고해졌고, 이에 예술계열 원생들은 서울과 안성을 오가면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다녀야 하는 불편을 여전히 겪고 있다.
실력 있는 외부 강사를 섭외하기 위해 서울 본교에서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필수이다. 예술 장르는 이미 많은 분야가 상업화되어 있는바, 상업적 전시 공간을 중심으로 도시에 시장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전문 예술가들은 1시간 거리의 안성캠퍼스 수업이 결코 ‘남는 수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수업의 질을 담보하기도 어려운 형편에서 대학원생들의 서울 수업은 불가피한 상황에 이뤄지고 있는 나름의 차선책인 것이다. 서울 본교 수업 때문에 일주일에 두어 번 대학원 건물을 찾는다 하더라도, 3시간 수업이 끝나면 일부 학생들은 근처 카페나 맥줏집을 전전하거나, 곧바로 개인 연습실로 향한다. 심지어 서울 캠퍼스에 연구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교수들은 대학원 1층 로비나 역시 카페에서 학생들의 논문지도를 해야 하는 참담한 진풍경이 일어나기도 한다.

“2013년 8월경 학칙을 개정해 서울 편제로 바뀔 것”을 전망했던 학교 측 약속도 이후 흐지부지되어 2년이 지났다. 이후에도 학생들의 연구공간은 물론이고, 소통 공간마저 부재한 상황이다. 영국에서 MA(석사) 학위를 받은 한 무용수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학교 내 연습환경은 물론, 전문 예술가로 성장시키기 위해 직업 무용수와 같은 일정을 매일, 미리 경험하게 해서 철저하게 자신의 작품 세계에 몰입하는 과정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하면 예술가로 진입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쯤 되면 본교에서 예술학 석사, 박사 되기는 ‘참는 것이 미덕’이다. 실력 있는 교수를 쫓아서 학교에 들어와도, 진득하게 예술혼을 키우고 젊은 나이에 작가로, 음악가로, 무용가로서 등단을 하거나 활동하는 것은 일찌감치 마음을 접어야 할 듯하다. 얼마 전 피아니스트이자, 줄리아드 음악원 강효 교수는 훌륭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본인의 성격과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 스승을 비롯한 주위 환경 등이 조화를 잘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교 예술계열 원우들에게 물어보자. 이 가운데 자신에게 없는 것은 무엇인가? 인문사회계열 원우들이 책상을 찾아서 책을 이고 전전하는 ‘보부상’이라면, 예술계열 원우들은 갈 곳을 잃은 ‘유목민’이다.

정우정 편집위원 | jeongwj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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