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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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연구실] 불온한 연구를 위한 불편한 도전오창은 / 교양학부대학 교수
황나리 편집위원  |  hikali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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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호]
승인 2015.11.03  22: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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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연구를 위한 불편한 도전

오창은 / 교양학부대학 교수

“이런 것 가지고 있어도 돼요?”
“불법 아닌가요? 도대체 어디서 이런 책들은 구하는 거예요?”

  불온한 책들, 금기시되는 책들, 좀처럼 한국사회에서 볼 수 없는 책들이 내 서가에 꽂혀 있다. 연구실을 방문한 사람들은 신기한 듯 그것들을 들춰보곤 한다. 그러다가 ‘이런 것 보고 있으면, 재미는 있어요?’라고 묻는다.

  내 연구실 서가에는 북한에서 간행된 <조선문학>이라는 잡지가 2009년 1월호부터 2015년 6월호까지 꽂혀 있다. 북한원전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그래서 방문객들은 이런 텍스트들이 연구실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안해한다. 게다가 바로 4개월 전에 간행된 북한문학 텍스트를 소장하고 있으니, 보통사람이라면 나를 불온한 연구자로 바라볼 법도 하다. 최신 북한문학 텍스트를 거의 실시간으로 읽어내는 학자들은 한국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나는 농담처럼 ‘북한문학 분야의 순위 30위 안에 드는 연구자’라고 호기롭게 이야기하곤 한다. 북한문학 연구는 외롭고, 고달프고, 좀처럼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 일이다. 그렇기에 30위 안에 드는 연구자라는 자부심도 스스로에 대한 다독임의 수사일 뿐이다.

  연구실에 있는 북한문학 텍스트들은 대학의 동의를 받아 통일부장관에게 보고한 후 취득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나는 이들 텍스트들을 전문연구자로서 학문적 관심과 연구논문작업을 위해 읽고 있다.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은 복사본이지만, 소정의 절차를 거치면 국립중앙도서관 5층의 북한자료센터에서 얼마든지 <조선문학> <로동신문> <근로자> 등과 같은 원본 텍스트를 접할 수 있다. 누구나 볼 수 있다고 해서 누구나 해석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헌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기 관점을 갖고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다른 학자들과 학문적으로 토론하는 검증절차도 거쳐야 한다. 텍스트는 혼자 읽는다. 하지만, 텍스트 속에서 밝혀낸 의미는 함께 공유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하는 것은 외롭고, 성과를 내는 것은 보람이 있다. 나는 외로운 읽기 작업을 견뎌내기 위해 다른 대학 연구자들과 2주일에 한번씩 만나 세미나를 한다. 소외받는 학문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함께 모여야 한다. ‘같이 외롭다’는 사실만 깨달아도 ‘세상은 견딜 만하다’고 느껴진다. 그것은 학문이나 세상살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최근 연구내용은 <김정일 사후 북한소설에 나타난 ‘통치와 안전’의 작동>이다. 2011년 갑작스러운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가 출범하자, 남한에서는 북한체제가 갑작스럽게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다소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북한사회의 불안정성에 대한 논의들이 언론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시류적 불안감 조장은 북한사회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부재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논문은 북한체제의 안정성이 문학 텍스트에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가를 살핌으로써, 체제 자체의 성격을 파악해보자는 취지로 이뤄진 연구 내용을 담고 있다. 후속 작업으로 진행 중인 것은 <문학 텍스트를 통해 본 북한사회의 민중주의적 접근>이다. 문학 텍스트를 통해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북한민중의 삶을 복원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성과들을 묶어 조만간 대중적인 단행본을 발간할 계획이다.

  나는 문학비평을 하는 평론가다. 그러면서도 이질적인 영역인 북한문학을 연구한다. 동료 평론가들은 내게 ‘북한문학이라는 연구테마를 잘 잡았다’고 부러워한다. 이러한 평가가 현재의 성과만 보고, 과거의 고통스러운 인내과정을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이기에 내게는 섭섭하게 들린다. 공부는 시간을 견디는 작업이고, 동료를 만드는 활동이다. 그리고 금기를 향한 도전이기도 하다. 학문적 탐구의 영역에서 넘지말아야할 선(線)은 없다. 모든 경쟁은 패배자에게 상실감을 안겨주지만, 학문적 경쟁만은 패배자와 진리의 혜택을 더불어 나눌 수 있다. 학문적 진리는 항상 저 너머에서 손짓을 하고 있다. 지금 명확하다고 간주되는 진리를 깨뜨릴 수 있는 절대 비기(秘記)는 금기 너머에 있다. 그렇기에 모든 도전적 학문은 불온하다. 금기를 넘기 위해서는 학문적 동료를 만들어야 한다. 그 학문적 동료들과 함께 ‘불온한 연구’를 하는 것이야말로, 진리를 향한 도전적 연구의 핵심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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