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람 / 사회학과

본격 레즈비언 결혼하는
다큐멘터리

홍보람 / 사회학과

  <퍼스트 댄스>(2014)를 보고 왔다. 마침 GV가 있는 날이었다.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 씨, 작년에 김조광수 감독과 공개적으로 동성결혼식을 올린 김승환 씨가 초대손님이었다. 만석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예매도 했다. 아슬아슬하게 극장으로 들어서는 찰나 몇 걸음 앞에 펌을 하고 새빨간 바지를 입은 사람이 초조하게 걷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김승환 씨였다. 저기요 늦었지만 결혼 축하드립니다 같은 소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식은땀을 흘리며 고민하는 동안 우리 둘을 태운 엘리베이터는 몇 초 만에 상영관을 향해 솟아올랐다. 예매가 무색할 정도로 극장은 한산했다.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착석하고 불이 꺼졌다. ‘결혼’은 다양한 관계 맺기 방식들을 배제한 채 일대일 독점적 연애관계를 ‘관계의 완성형’처럼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사회 재생산의 기본단위인 ‘가족’을 이루는 의례절차라는 점에서 늘 나를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면서, 빛나는 스크린을 응시했다.

  선민과 로렌은 동성결혼이 합법인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 거주하는 레즈비언 커플이다. 오랜 기간 연애 끝에 2012년 6월 여름, 이들은 결혼하기로 한다. 결혼 장소는 게이 휴양지로 유명한 ‘프로빈스 타운’ 해변가. 파도가 밀려오는 모래사장에서, 두 연인은 랍비와 함께 작은 천막 아래에 선다. 이 천막의 기둥들을 친구들이 손수 붙잡아주는데, 랍비의 말에 따르면 이는 친구들이 두 연인을 앞으로도 지금 이 순간처럼 지켜줄 의무가 있음을 뜻한다. 연인들을 사적이고 고립된 세계에 방치하지 않겠다는 맹세인 것이다. 연인들은 선언했다. 상대에게 화가 나더라도 그것을 쉽게 잊을 것이며, 상대가 스스로 되길 원하는 모습에 다가갈 수 있도록 옆에서 계속 지지해주겠노라고. 결혼식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발이 모래에 푹푹 파묻히고, 작은 천막은 바닷바람을 안고 부풀었다 가라앉고, 여름 태양 빛이 바다에 곧게 떨어져 내리는 가운데, 이 모든 맹세의 과정들은 아주 새삼스럽게 결혼이라는 것이 원래 어떤 행위인지를 상기시켰다.

  둘의 결혼식을 보며 그들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이 울고, 선민과 로렌도 울고, 허생처럼 코에서 맑은 콧물을 흘리며 나도 울었다. 극장의 불이 켜지고 좋았던 시절의 최면에서 깨어난 사람들 마냥 열댓 명의 사람들이 눈을 껌뻑였다. 모두 무대 앞으로 당겨 앉아 초대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니 우린 정말 한 줌이었다. 운동. 망원경을 손에 쥔 채 끝없이 나침반을 들여다보는 행위. 운동은 지나친 반목과 냉소로 얼어붙거나, 또는 낙관과 토닥거림으로 너무 보드라워지지 않은 채, 그러니까 정지점으로 수렴하지 않은 채 계속 끓어오르는, 어떤 상태 자체여야 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적당한 미움과 비판과 끓어오름은 당신이 있음으로 인해 가능하며 그래서 기쁘다고, 김승환 씨를 보며 생각했다.

  극장에서 나오자 배가 몹시 고팠다. 진선미 의원이 생활동반자법을 이달 발의한다고 한다. 당신이 있음으로 인해 미움과 용기가 생기고 우리는 오늘 함께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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