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기 /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

대학민주주의의 붕괴와 일방적 행정

  내가 조교를 맡은 협동학과 사무실 이전과 관련하여 있었던 일이다. 대학원지원팀은 7월 중순경에 기존의 협동학과 사무실을 강의실로 만들어야 하니, 공간을 이전해달라고 했다. 기존에 쓰던 협동학과 사무실을 3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로 만들고,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떨어지는 4층 세미나실 2곳을 협동학과 사무실로 만든다고 했다. 학교에 공간이 부족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강의실을 만든다고 하니 이전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한참 전에 결정된 사안을 이해 당사자인 학과에 미리 말하지 않고, 정해진 이전 날짜에 가깝게 온 뒤에야 ‘통보’해온 것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학원지원팀 팀장은 협동학과에 실질적으로 지원한 것이 없다는 점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이전에 있어 협동학과에 유리한 쪽으로 최대한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개인 짐을 조교들이 맡아서 옮기면 책상과 캐비닛 등 비품들은 학교 측에서 맡아서 옮겨주겠다고 말했고, 공간이 작아지며 기존에 이용했던 책상, 캐비닛 등이 사용하기 어려우니 교체를 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당연히 그 말들을 다 믿었고, 그래서 차라리 이전하게 된 것이 더 좋은 일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그 말들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대학원지원팀 팀장은 실질적으로 지원팀이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에 총무팀 등 다른 부처에 요청해야 하는데, 그쪽에서 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왜 총무팀에서 대학원 지원팀에 예산을 배정해주지 않는 것인지, 왜 그러한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었던 것이었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전 날짜에 가까이 다가오자, 대학원지원팀 팀장은 책상과 캐비닛 등 비품을 옮기는 일 역시 학교에서 해줄 수 없다고 말해왔다. 그는 과마다 학생들을 몇 명 부르고, 조교들도 함께 와서 대학원지원팀 남자 직원들, 총학생회 임원들과 함께 짐을 나르자고 말했다. 대학원지원팀 팀장은 이삿짐센터를 부르면 60만 원가량이 드는데, 예산이 없다고 했다. 개인적인 필요 때문에 이전하는 것도 아니고, 강의실을 만들기 위한 이전인데 왜 학교에서 이전 비용을 집행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더욱이 이전 날짜를 정하는 데도 대학원지원팀이 자체적으로 날짜를 정하지 못했다. 그나마 날짜만 이틀 전에 정해졌을 뿐, 시간은 당일 2시간 전에야 알 수 있었다. 이전에 있어 나는 실질적인 이해 당사자였음에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대학원지원팀에서, 그보다 더 상위에 있는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정해지고 통보해온 것에 따르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어떠한 의견도 제시할 수 없었다.

  이처럼, 우리 학교는 대학본부나 결정권을 가진 해당 부서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학생들은 그것에 불만 없이 따라야만 한다. 때에 따라서 그것은 일방적인 통보임에도, 표면적으로는 합의의 산물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대학 민주주의는 붕괴하였고, 학교 운영에 있어 학생은 고려되지 않는다. 그것이 당연한 사실인 양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묻고 싶다. 그것은 정말 당연한 사실일까? 대학 운영에 있어 학생들의 의견은 무조건 묵살 되어야만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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