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10.10 수 01:57
기획사회
[대학원] 안전과 건강 사각지대우후죽순 / 이공계 대학원생
이재현  |  zkzkdld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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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호]
승인 2014.06.14  14: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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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공계 출신이다. 나의 가족 중에도 이공계 대학원 졸업생이 있다. 만약에 내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는다면 안심하고 이공계 대학에 보낼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썩 내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공부는 어려운데 그에 비해 사회적 인식도 낮고 경제적인 보상도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미래의 자식을 이공계 대학에 보내기를 꺼리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이공계로 진로를 정한다면 필연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실험실의 환경이 걱정스러워서이다.

  가끔 TV에서 보는 실험실은 하얀 가운을 멋지게 차려 입은 연구자가 최첨단 장비를 우아하게 조작하며 화려한 그래픽을 만들어내는 매력적인 장소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연구자들에게 실험실은 온갖 독성물질과 위험한 장비들로 가득 차 있는 불안한 공간이다. 지난 9월 본교 대학원생 2천7백명을 대상으로 중앙대 인권센터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자연·공학계열 31%가 보호장구가 없거나 부족한 상태로 위험한 실험을 진행했다고 했으며, 34%가 실험실 안전관리 미흡으로 안전사고 위험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 사례 1. 서울 소재 S 대학교 실험실에서 2013년도 7월 19일 오후 5시 15분쯤 황산이 폭발해 7명이 부상당했다. S씨(24·여)는 3도 화상을 입었고 H씨(26·여·베트남인) 등 6명은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나뉘어 후송됐다.

  ■ 사례 2. 부산 소재 대학교에서 2013년 8월 6일 오전 10시 30분께 공과대학의 한 실험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실험기기를 설치하던 납품업체 연구원 Y씨(39·남)가 숨졌다. 이날 사고는 실험을 위한 고압력 장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기기에 주입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실험기기를 설치하고 이를 시운전하려던 연구원이 갑작스러운 폭발로 머리에 기계 파편을 맞고 쓰러져 사망한 사고이다.

  실험실이 위험한 것은 비단 화재나 폭발 때문만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화학실험실 연구자들은 일반인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1.3배 높고, 실험실 근무 여성이 선천성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은 일반 여성보다 1.7배 높았다. 미생물을 다루는 연구자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연구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006년 만들어진 ‘연구실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하 연안법)이 있다. 이 법으로 인해 그동안 연구실 안전에 무관심했던 기관장들이 안전규정을 만들고, 하루라도 빨리 성과를 만들기에 정신이 팔려 자신의 안전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는 학생들도 안전교육을 받았다. 법이 제정된 지 2년 반 만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

  2013년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대학연구실의 실태와 개선방안’에 대한 김영주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2년 대학 실험실 안전사고는 108건이었다고 밝혔으며, 현행법에는 안전사고를 보고할 의무가 없고 4천여개에 이르는 기업부설연구소에서 매년 발생하는 연구실 안전사고까지 포함한다면 실제로 발생한 사고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 예상했다. 또한 대학의 사고 미보고율은 25%이며, 연구기관의 미보고율은 75%에 달한다고 전했다. 연 노동재해가 발생하는 과정에 중상자 한 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29명 생기고, 또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상해자가 300명에 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적용하면 대학 연구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는 한 해 1만 건이 넘는다. 우리나라 이공계 연구 인력이 16만 명 정도이므로 연구자 16명 중에 한 명은 매년 연구실에서 사고를 겪게 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연구자가 16년 동안 연구에 종사할 경우 적어도 한 번쯤은 사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지난 해부터 창의인재보호를 위한 연구실 안전관리 체제 강화에 나섰다. 2006년 시행된 연안법을 기반으로 현장점검 대상기관을 기존 100여개에서 211개로 대폭 확대했고, 연구실 안전관리 결과를 기관평가에 반영하거나 안전관련 현황을 대학정보공시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전교육 미이수자에 대한 연구실 출입이나 논문심사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인증제’를 도입하고 개별 연구실을 상대로 정부가 직접 안전관리 상태를 심사하고 있다. 현재 16개 연구실이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미래부의 안전교육에 대한 관리감독은 형식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미래부는 연안법 제정 이후 지난해까지 9년간 법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는 17건(사고 미보고 3개 기관,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미실시 9개 기관, 안전환경관리자 미선임 5개 기관)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현장점검 때마다 문제가 됐던 ‘안전교육의 저조한 이수율’에 대해서는 과태료 등 제재조치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안법 제25조(과태료)3항에는 ‘제6조(안전관리규정의 작성 및 준수)1항에 따른 안전관리규정을 작성하지 아니하거나 제6조2항에 따라 이를 성실하게 준수하지 아니한 자’에 대한 과태료 처벌 규정이 있지만, 이수율과 직접적인 관련이 적을 뿐더러 법 위반의 구체적인 범위설정이 이뤄지지 않아 미래부가 대학에 실제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구생들의 정신건강은? 

  본지 308호 <오피니언>에서 ‘대학원생의 정신건강’에 대해 다룬적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본교 인권센터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대학원생들은 스스로의 신체 및 정신 건강에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자연·공학계열 대학원생 63%는 장시간 학업 및 연구에 대한 스트레스로 건강상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으며, 84%는 교내 휴식 공간이 없어 힘들다는 응답을 했다. 이와 같이 건강 악화의 원인으로 휴식 없이 생활해야 하는 환경이 문제이다. 많은 대학원생들은 출퇴근 시간 등이 정해져 있어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협동과정의 대학원생은 토요일도 평일과 똑같이 출근할 뿐 아니라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주말에 나가야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한다.

  또한 대학원 내의 권위적이고 경쟁적인 분위기도 대학원생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권위적인 분위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긴장하고 눈치를 봐야한다는 한 대학원생은 심리적으로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학업과 연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본교 공학계열 대학원생 A씨는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다”며 “대학원에 진학한 후로 정신적으로 우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교에는 대학원생만을 위해 문제해결을 노력하는 상담센터가 없다. 물론 본교 인권센터가 있지만 인권침해에 대한 대처 행동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대학원생 64%가 그냥 참고 넘어간다고 응답했고, 고작 2%만이 인권센터·학생생활상담소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고 답했다. 또한 인권 침해에 대응하지 않은 이유로 42.1%가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대학원생들이 실제적으로 인권 사각지대에 빠져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는 총학생회에서 대학원생 인권센터를 별도로 운영하여 인건비 횡령 및 연구실 부조리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휴식 없이 생활해야 하는 연구실 환경은 여러 대학원생들의 건강을 해친다. 특히나 강압적인 분위기의 연구실은 정신적으로 많은 괴로움을 주기도 한다. 과정보단 결과를 중시하는 연구실의 경우 랩미팅과 논문데이터에 대한 압박으로 집에 가지 못한 채 밤을 지새운다. 사회적으로 대학원생은 노동자가 아닌 학생의 지위를 갖는다. 그러므로 국가가 지정한 법정근로시간에 보장받지 못한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대학원생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대학원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학원생의 특성을 고려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그 지위에 걸맞는 대우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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