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국 / 와세다대 응용화학공학과 박사과정

  7년 전 캐나다에서 공부할 때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한국의 가족과 통화를 위해 선불카드를 사용했었다. 가격, 통화 품질 등이 매우 좋았지만 충전된 카드의 금액을 모두 사용하면 카드를 다시 사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로부터 약 5년 후, 일본으로 유학을 오게 됐다. 당시 한국에서는 인터넷 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시중에 넘쳐나던 인터넷 전화기 중에 평이 좋은 녀석으로 한대 구입해 일본에서 사용하게 됐다. 국내와 동일한 통화 요금으로 일본에서 한국의 가족 및 친구들과 집전화처럼 편하게 연락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과거에 사용했던 전화카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편리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 전화기 역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의 어플을 이용하면 외출 시에도 전화통화뿐만 아니라 화상통화, MMS까지 기존의 휴대전화와 거의 같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전화요금 마저 들지 않는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삶의 편의성은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발전의 이기는 양날의 검처럼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그 역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개선해 나가고 이뤄져 왔다.

최초의 전지부터 1차, 2차전지까지

  전지의 역사는 개구리의 해부와 연결돼 있다. 이탈리아의 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갈바니는 개구리를 해부하는 실험 중 우연히 수술용 칼로 개구리의 뼈를 건드리자 심하게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한다. 그 후 많은 실험을 통해 개구리의 뇌가 발전(generate)해 신체 내부에서 전기가 흐르게 되는 ‘동물전기’ 이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파비아 대학의 교수 볼타는 동물전기 이론에 의구심을 품었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동물전기 이론을 부정하였다. 그는 다른 종류의 금속이 접촉하면서 전기가 발생한다는 원리를 밝혀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기를 축적하는 기구를 설계하게 된다. 1800년 구리판과 아연판 사이에 알칼리 용액으로 적신 천조각을 끼워 여러 쌍으로 쌓은 후, 두 금속을 연결하면 전류가 발생하는 볼타의 전퇴(Volta’s pile)를 발명한다. 이것은 최초의 전지라 불리는 볼타 전지로서 화학적 원리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해내는 최초의 혁신적인 발명이지만 상용화 되지는 못했다. 그 후 1836년 영국의 화학자 다니엘에 의해 아연판을 황산아연 수용액에, 구리판을 황산 구리 수용액에 담근 후 염다리로 연결하는 전지(다니엘 전지)를 발명한다. 1866년에는 프랑스의 전기엔지니어 조지 르클랑셰가 염화암모늄, 망간, 탄소를 포함하는 이산화 망간 등을 이용하여 전지를 발명했다. 전지는 1.4V의 전압을 보이는 최초로 상용화 된 1차 전지로 기록돼 있다. 그 후 ‘르클랑셰 건전지’를 토대로 전해질을 알칼리로 대체하여 사용시간 및 성능을 개선한 알카리 전지가 상용화된다.
 

 
 

  최초의 1차전지는 프랑스의 전기학자 플랑테에 의해 1859년 발명된 납축전지이다. 과산화납과 납을 양극과 음극으로 사용하고 묽은 황산을 전해질로 사용하였다. 현재까지도 자동차용 축전지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그 후 1948년 니켈/ 카드뮴전지(Ni/Cd)가 상용화돼 여러 소형기기에 사용됐만 중금속의 환경유해성으로 인해 현재는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1990년대에는 Ni/Cd 전지 보다 친환경적이고 향상된 성능의 니켈-수소 전지(Ni-MH)가 상용화 된다. Ni-MH 전지는 작동 전압과 에너지 밀도에 한계를 보이지만 우수한 안정성의 이점을 토대로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의 에너지 저장 장치로 인기를 얻고 있다. 곧이어 1990년대 초반, 3V급의 리튬 2차전지가 개발 되어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도 크기나 중량이 작은 전지가 상용화 되었고, 리튬 2차전지가 휴대폰, 노트북 등의 휴대기기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리튬이온 전지 역사

  실생활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리튬이온 전지가 지금의 기술에 오르기까지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리튬은 자연계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이면서 전기화학적으로는 가장 높은 전압을 낼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에 의해 리튬을 이용하는 배터리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됐고, 1970년대 초반 금속 리튬을 음극으로 사용하는 1차 전지가 발명됐다. 그 후 리튬-망간 산화물(Li-MnO2)을 사용하는 1차전지가 산요에 의해 1975년 상용화 됐지만, 이 당시까지는 LED 낚시찌, 전자기기의 메모리 백업용 등으로 사용됐으며, 현재의 리튬 2차전지처럼 충겧堧活?가능하고 에너지 밀도가 뛰어난 특성을 가지지는 못했다. 그 후 1차전지로부터 2차전지로의 진보를 위한 연구와 상용화를 위해 수많은 노력과 연구가 진행됐다.

  초기의 리튬 2차전지 모델은 금속 리튬을 음극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금속 리튬을 이용한 배터리는 반복되는 충겧堧?과정에서 내부의 단락으로 인한 폭발이나 화재 등 안정성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따라서 금속 리튬을 전극으로 사용하는 대신 이온상의 리튬을 이용하여 안정적으로 삽입(揷入)/탈리(脫離)할 수 있는 물질인 흑연을 음극으로 대체하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이때 삽입/탈리라는 것은 전기화학 반응에 의해 리튬이온이 흑연의 층간 사이로 들어가고 나오는 과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최대 1개의 리튬원자는 6개의 탄소원자와 결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전해질이 분해돼 흑연의 표면을 덮어버리거나 흑연의 구조가 파괴되기도 하며, 그 결과 흑연 본래의 우수한 성질이 점점 악화돼 전지의 성능이 나빠지게 되는 것이다. 안정적인 삽입/탈리 반응이 가능한 흑연을 음극으로 사용함으로써 금속 리튬이 가지는 안정성의 문제점이 해결됐지만, 리튬이온의 공급원이 사라지게 되는 문제점을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다시 직면하게 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980년대에 들어 연구자들은 리튬이 들어있는 양극 물질을 개발하게 된다. 리튬 코발트 산화물(LiCoO2)을 양극 재료로 사용함으로써 리튬 공급원의 역할을 하게 되고, 흑연 음극과 조합하여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며 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리튬 이온 전지의 초기 모델이 개발 되게 된다. 그 후 양극 물질의 대량 생산 기술이 발전하게 되고, 마침내 1991년 소니에 의해 리튬 이온 전지가 상용화된다. 그 후 오랜 기간 동안,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여 에너지밀도, 출력밀도, 수명, 안정성 등이 뛰어나게 향상된다. 하지만 리튬이온 전지는 여전히 온도에 민감하며 특히 높은 온도에서는 내부의 전극, 전해질 재료가 심각하게 훼손된다. 만일 전지 팩에 손상이 있어 내부 전해질의 누수가 생기면 화재 및 폭발의 위험도 있다. 액체 전해질의 안정성을 개선하기 위하여 고체나 겔 형태의 재료로 된 폴리머를 전해질로 이용한 리튬이온 폴리머 전지가 상용화되어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용 IT기기에 이용되고 있다. 이처럼 전기화학 반응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된 전지의 발전은 리튬이온 전지의 상용화까지 이뤄졌으며 현재는 스마트 폰을 비롯한 휴대전화와 노트북, 타블렛 PC등 IT기기를 비롯하여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MP3 등의 전원으로 사용되며 전기 자전거, 전기 스쿠터 등의 이동 수단에도 이용된다. 미래에는 전기 자동차에도 적용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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