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 물리학과 박사과정

 
 
  물리학은 자연을 기술하는 학문이다. 다소 거창하게 생각될 수 있는 우주 만물의 진리를 탐구한다는 행위는 사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관찰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자면, 연필을 책상 위에 놓으면 책상을 통과하지 않고 책상에 떠받히게 되며 이를 밀면 움직인다. 계속해서 책상 끝 넘어서까지 밀면 연필은 이내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러한 현상들은 모두 물리학의 법칙이나 이론으로 설명이 된다. 경험적으로 당연하게 생각되는 현상들이지만, 이를 이론으로 일반화시키는 것이 물리학의 역할이다.

  이렇듯 자연을 이해하고, 기술하기 위해서 물리학에서는 4가지 기본 상호작용을 이야기 한다. 이 중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호작용 중 하나는 전하를 가지고 있는 물체나 광자(photon, 빛)들 사이의 상호작용인 전자기 상호작용(Electromagnetic Interaction)으로 우리 주변의 사물을 구성하고, 이를 인식하는 모든 것이 전자기 상호작용에서 기인한다. 우리가 감각으로 인지하는 물질들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는 양의 전하를 띈 원자핵과 음의 전하를 띈 전자의 전자기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원자는 수소를 기준으로 질량의 약 99.95%를 원자핵이 차지하며 그 이외의 공간은 사실상 텅 비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예를 들어 만약 사람의 몸이 수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했을 때, 몸무게가 50kg인 사람이 있다면 몸무게 중 49.975kg이 차지하는 공간은 반지름이 0.00023cm인 작은 입자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속이 텅빈 연필이 속이 텅텅 비어 있는 책상을 통과하지 못하고 떠받혀져 있는 것은 매우 신기한 일이다. 이 모든 것이 전자기 상호작용에 의해 유지된다. 또한 물질을 관찰하는 행위도 전자기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다. 사실상 거의 텅 비어 있는 물체들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빛과 물질, 정확히는 물질을 이루는 전하를 띈 입자들 사이의 전자기 상호작용의 결과인 것이다.

만유인력, 세계를 지배하는 힘 

  한편 인류는 원자핵의 베타붕괴(원자핵을 구성하는 중성자 중 하나가 양성자, 전자와 반중성미자로 붕괴하는 현상)를 통해 약한 상호작용(Weak Interaction)을 발견하게 된다. 전자기 상호작용보다 작은 힘이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전자기 상호작용과 통합되어 전기·약 상호작용(electroweak interaction)을 통해 설명되며 자발적 대칭성 붕괴현상에 의해 약한 상호작용과 전자기 상호작용으로 분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전자기적 반발력으로 결합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결합을 유지해주는 힘이 필요하며 그 힘은 당연히 전자기력보다 강해야 한다. 이러한 힘을 강한 상호작용(Strong Interaction)이라 하는데 현대의 양자색역학(Quantum Chromo Dynamics)에서는 양성자와 중성자(또는 중간자)를 이루는 쿼크가 결합하는 힘을 강한 상호작용이라 하며 기존의 강한 상호작용은 색력의 잔류효과로 본다.

  인간의 감각으로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또 다른 상호작용이자 4가지 기본 상호작용 중 마지막은 오늘의 주인공인 중력(Gravitational Interaction)이다. 연필을 책상 끝 넘어서까지 밀면 바닥으로 떨어지는 현상은 지구에 의한 중력이 연필에 작용한 결과인데, 이렇게 지구가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을 무게라고 하며 우리가 가장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또한 중력은 매우 거대한 거시세계인 천체에서 가장 주요한 상호작용이며 밤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별들의 움직임이나 태양과 달의 운동은 모두 중력이 작용한 결과이다. 약한 상호작용보다도 1025배 정도 작은 중력은 4가지 기본 상호작용 중 가장 약한 힘이지만 전자기 상호작용과 더불어 장거리에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과 일반적으로 대전된 천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최근 몇 년간 존재가 주장되고 있긴 하지만)을 더해 천체라는 거시 세계를 지배하는 상호작용이 된다.
이렇듯 우리가 쉽게 인지할 수 있으며, 하늘에 존재하는 무수한 광점들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는 중력은 17세기 뉴턴에 의해 수학적으로 정리된다. 1687년, 뉴턴은 근대 역학을 완성시켰다는 프린키피아를 출판하는데 그 중 3권에는 이른바 만유인력의 법칙이라 불리는 뉴턴의 중력 법칙이 수록되어 있다. 뉴턴의 중력 법칙은 ‘두 개의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의 크기는 두 개의 물체의 질량에 비례하고 두 개의 물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 한다’는 것으로 그 보편성에 큰 의의가 있다.
 
  뉴턴의 중력법칙은 그 보편성으로 인해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하면,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는 만유인력의 지배를 받는다. 이는 지구가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이나, 태양과 지구 사이의 중력과 같이 천체를 지배하는 힘, 나아가 질량을 지닌 모든 것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오직 하나의 법칙에 의해 설명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보편적 법칙이라 한다. 보편적 법칙을 발견하는 것은 물리학자들의 소망이기도 하며, 현대 물리학에서도 보편적 원리를 통해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노력은 여전하다. 미국의 셸던 글래쇼, 그리고 미국의 스티븐 와인버그는 그들의 이름을 딴 GSW모형을 통해 전자기 상호작용과 약한 상호작용을 하나의 보편적 원리로 설명하는데 성공하였으며 이에 강한 상호작용까지 통합하여 설명하는 것이 지난해 힉스 입자의 발견으로 떠들썩했던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한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 뉴턴의 삶은 그의 업적처럼 찬란하지만은 않았다. 생부는 그가 태어나기 전에 죽었고, 세 살 때에는 어머니의 재혼과 함께 조부모의 손에 맡겨졌다. 후에 뉘우치기는 했지만 의부와 어머니에게 매우 큰 반감을 가지고 위협한 적조차 있었다고 하며 그 의부마저도 그가 10살이 되던 해, 숨을 거두게 된다. 1661년 캠브리지 대학교에 입학한 뉴턴은 여전히 쉽지 않은 삶을 살았다. 대지주였던 의부의 재산을 물려받은 그의 어머니는 부유했음에도 불구하고 뉴턴의 학비를 아까워했다고 전해지며, 그는 결국 근로 학생 자격으로 공부를 하였다. 이후 졸업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1665년, 영국에서는 흑사병이 대대적으로 유행했고 캠브리지 대학교도 폐교됐다. 이때부터 2년간 고향에 내려간 뉴턴은 한적한 시골에서 과학과 철학에 대한 많은 사색을 할 수 있었고 그의 업적 중 대부분이 이 시기에 싹트게 됐다. 이 동안 뉴턴은 수학과 광학과 천문학, 그리고 물리학의 중요한 발견들을 해냈으며 기적의 해라고도 불리는 1666년은 그 유명한 사과에 대한 일화가 있던 해이기도 했다. 정말로 사과에서 영감을 얻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이후 1667년 학교가 다시 문을 열고 뉴턴 역시 돌아와 연구에 전념했다. 하지만 로버트 훅,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 크리스티안 하위헌스 등 다른 학자들과의 논쟁들은 그를 위축되게 하였으며, 그것은 자신의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것에 대해 인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핼리혜성을 예견했던 에드먼드 핼리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뉴턴의 기념비적 저서, 프린키피아가 그 찬란한 빛을 드러내게 된다. 이렇게 해서 위대한 과학자의 반열에 그 이름을 올리게 된 뉴턴이 살아생전 남긴 말이 하나 있다. “나는 거인의 어깨위에 앉았기 때문에 더 멀리 내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죽음으로부터 오늘날까지 근 3백년간, 인류는 그의 어깨 위에 앉아서 더 멀리 내다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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