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잉 / 생활코딩 운영자

 
   
   

  뉴미디어의 시대, IT와 정보화 시대라는 언명은 신자유주의 전지구화라는 초국적 흐름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그 흐름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된 듯하다. 기술적 조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중이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저항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일반 사용자는 코딩에 대한 기본 지식을 익힌다면 사용자는 IT 기술이 어떻게 자신을 통제해 왔는지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을까? 더 많은 가능 세계들을 상상해볼 수 있을까?  6년 동안 웹 개발자로 일했던 이고잉(필명)은 스스로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 뒀고, 대중을 위해 소스를 개방하는 ‘오픈소스 정신’에 매료됐다. 이내 ‘생활코딩’을 창설하기에 이른다. 이고잉 등이 운영하고 있는 생활코딩은 자가 학습할 수 있는 코딩 강의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는 비영리 플랫폼이다. 현재는 효도코딩, 생활표현 등으로 강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통합적으로는 약칭 오튜(Open Tutorials)라 불린다. 즉 생활코딩은 오튜의 대표 브랜드인 셈이다. 초보자부터 웹퍼블리싱을 배울 수 있는 코스, 사람들과 함께 진행하는 공동 공부, 페이스북 커뮤니티 등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자가 학습을 돕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다.
 


  ‘ㅋㅋㅋ 전략’은 무엇인가? 

  생활코딩 활동을 진행하면서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돌아보니까 나의 활동에서 어떤 방향성이랄까, 구성요소랄까, 이런 것들을 발견하게 됐다. 처음에는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래밍 수업인 생활코딩이라는 활동이 있었다. 이 컨텐츠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다가 http://opentutorials.org라는 컨테이너(사이트)를 만들게 됐다. 그리고 이 컨텐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긴 연결점을 만들다 보니 커뮤니티가 생겼다. 생활코딩 홈페이지(http://opentutorials.org/course/1)가 커뮤니티일 수도 있고, 또 페이스북 그룹(https://www.facebook.com/groups/codingeverybody)이 커뮤니티일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과연 이 중 하나라도 결핍돼 있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ㅋㅋㅋ 전략’은 컨텐츠, 컨테이너, 커뮤니티의 약자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방법론이라기보다는 그냥 제가 경험한 이야기에 장난스럽게 붙인 제목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어떤 말이 흥행해서 모든 것을 의미하는 순간 그 말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것이 되면서 소멸된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소셜, 웹2.0”이라고 쓴 것을 봤다. 어떤 기술의 흥행, 대세가 오히려 대중의 기술 이해를 차단한다는 맥락으로 이해해도 좋을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말에 휘둘리지 않는 것도 세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계속 하겠다.


  이고잉 씨는 민노 씨와의 인터뷰에서 생활코딩이나 효도코딩이 기술의 디스토피아를 앞당기는 활동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기술의 종착역은 비극일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비극을 이끄는 힘이 희극이라는 점이다. 기술은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기술에 대한 찬양으로 이에 보답하지만, 사실 기술은 몰래 힘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그 힘은 너무나 다양하고, 동시에 엄청난 것이어서, 그 중 하나만 사단이 나도 인류전체가 순식간에 리셋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술은 개발자인 당신을 어떻게 즐겁게 만들어주는가? 어쩌면 그 즐거움 속에서 윤리성을 구제할 수 있진 않을까?

  나는 글 쓰는 것과 프로그래밍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이것이 주는 제1효용은 몰입감이다. 나는 이런 것들을 하고 있을 때 마치 게임을 하고 있을 때와 유사한 몰입감을 느낀다. 내가 생각하기에 몰입감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와 그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실행력이 내 안에서 조화롭게 공존 할 때 도달하게 되는 심리상태인 것 같다. 이것이 가능한 분야는 많지 않다. 엔터테인먼트라는 것도 어찌 보면 실종된 몰입감의 인공적인 가공물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몰입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나 역시 그 몰입감을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인데, 그게 글쓰기고 프로그래밍이다. 최근 생긴 새로운 취미인 생활코딩도 나에게 큰 몰입감을 준다. 내가 하는 어떤 일 속에 감히 윤리의식을 포함시키는 것이 두렵다. 진실이나 정의를 위해서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하는 분들은 따로 있다. 그런 분들에 비하면 나는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도덕, 윤리, 소명처럼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활코딩을 시작한지 3년이 넘은 것으로 안다. 강의를 하면서 동시에 배우는 것들도 많을 것 같다. 생활코딩을 진행하면서 있었던 값진 경험 하나를 소개해 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생활코딩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활동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 값진 경험이고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공학은 대단히 복잡하다. 알았던 것도 3개월이면 모르는 상태가 되고 1년이 지나면 알았었다는 사실 조차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은 문득 내가 만든 수업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수업을 만든다는 것이 일종의 공적인 메모라는 것을 알았다. 타인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하고, 자세하며, 친절한 강의만이 타인이 될 미래의 자기 자신에게도 의미 있는 메모가 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수업을 만들고 있는 것들은 미래의 나를 위한 것들이다. 그게 타인에게도 종종 도움이 된다니 이 보다 좋은 메모가 또 있을까? 처음에는 공부한 것이 있어서 강의를 만들었다. 나중에는 강의를 위해 공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예전부터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인간은 생각하기 때문에 표현할까, 표현하기 위해서 생각할까. 정답은 없지만, 나는 후자에 주목한다. 표현이라는 것은 일종의 욕망이다. 사람들은 표현을 잘하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한다. 욕망을 잘 설계하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고도화 된다. 지금은 공부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수업을 만든다. 수업을 잘 만들기 위해서 몸부림 치다보면 그것을 잘하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중앙대 <대학원신문>에서는 <기술 통제와 핵티비즘>, <공인인증 서비스와 개인정보>, <망중립성과 인터넷 거버넌스>, <클라우드 컴퓨팅과 보안환경>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시의성에 맞추다보니 과거에 중요했던 문제들이나 앞으로 대두될 이야기들을 충분히 다뤘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IT기술과 사용자에 대한 논점에서 앞으로 찾아올 이슈, 현상들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기술을 이용해서 어떻게 하면 대박을 낼 수 있을까?”, “기술이 나의 삶을 어떻게 파괴 할 수 있을까?” 두 가지 상반되는 입장이 사실은 한 몸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고 참으로 비극적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자동운전을 생각해 볼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동운전이 역사상 가장 첨예한 대립을 가져올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네비게이션이 운전자의 운전을 도와준다면 자동운전은 운전자를 교체한다. 질적으로 다른 변화다. 기술은 꾸준히 노동자를 대체해왔다. 이러한 치환이 압도적 다수인 수혜자들의 묵인 하에 의해 이뤄졌다면 자동운전은 교통/운수 종사자들이라는 큰 규모의 노동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가늠하기 어렵다.


  평소 인문학적인 서술을 즐기는 것 같다. 기계와 인간, 기술과 신체에 대한 깨달음에서부터 비즈니스와 혁신에 대한 사유까지 관심 폭도 넓다. 기본적인 코딩을 익히고 생활화 하는 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게 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보는가? 마지막으로 본지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나는 엔지니어링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공학은 공학 밖의 복잡한 현상들을 단순하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는데 큰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공학을 배제하고 세계가 동작하는 방법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돌아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공학 혼자서 세계를 이렇게 만든 것은 물론 아니지만 공학 없이 세계는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공학자가 목표가 아니라도 공학에 대한 이해를 높여갈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모색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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