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인권 실태와 제도적 지원 방안

 
 
 
 
 
 

  본교 국문과에 재학 중이던 중국인 유학생 왕 모씨(28)가 지난 2일 법학관 건물 14층에서 투신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의 경위는 경찰측에서도 아직 조사 중이며 자세한 것은 다음 달이 돼야 밝혀질 예정이다. 본교는 국제교류처를 통해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왕 학생의 소속이었던 인문사회대학에서는 얼마 전부터 실행해오던 유학생 관리 방안을 널리 홍보하는 동시에 여러 가지 추가 방안을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인문사회계열 교학지원1팀 박덕산 계장은 “본교엔 특히 중국인 유학생들이 많은데 학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많으면 한 과에 30명 남짓 된다”며 “인문사회계열에서는 공식적으로 유학생을 위해 조교를 한 사람씩 더 배치하는 한편, 외국어가 유창한 학생들을 근로 장학생으로 추가 배치해 유학생들이 각종 문의와 안내를 받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계장은 그밖에 계획 중인 추가 방안들을 설명하면서 “유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설명회도 열고 문자 메시지도 보내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이든 외국 학생들이든 참여가 저조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지적했다.
 


자살공화국의 대학 그리고 학생지원센터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인구는 1만 4,160명으로 OECD 회원국가 중 8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즉 33분마다 1명씩 목숨을 끊는 것이다. 자살은 대학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특히 지난 2011년에는 카이스트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서 불과 다섯 달 사이 교수 한 명을 비롯해 8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두 학교는 타 대학에 비해 학생 수가 많지 않은 학교였기 때문에 학우들의 자살은 학생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더불어 신자유주의 시대의 통제와 압력이 학생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학내 자살 문제는 한동안 가장 민감한 사회적 쟁점이 됐다. 한예종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추도식을 열고 애도의 벽을 설치했으며,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교내에 카페를 개설하는 등 학우들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자 했다. 박종원 전 총장의 경우 학생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상담 인력 확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예종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측에서는 성명서를 통해 “신자유주의 시대 ‘잉여’청년이 겪는 삶의 위기, 청년 예술가들이 처한 위기의 삶”을 사건의 핵심으로 지적하며 “단순 대책만으로는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한예종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의 대책들은 대부분 학생들 간의 연대감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갖고 시작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학생들의 연대감은 어떻게 생성되는가? 아무리 유학생 관리 방안을 새로 만든다고 해도 학우들의 참여 부족으로 그 실효성이 미비하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유학생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유학생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한국은 2004년부터 대학의 국제화 촉진을 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종합방안’을 추진해 외국 유학생 유치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영어강좌 개설 확대, 외국인 교수 채용 확대 등 전략적 방안들을 모색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만 해도 1만 5,490명으로 전체 학생의 0.4%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1년 말에는 6만 3,578명으로 전체 학생의 1.7%를 차지해 3배 이상 증가했다. 더불어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년 9월 외국인 유학생 지원관리 개선방안을 확정, 발표해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입학까지의 지원은 확대된 반면 입학 이후 이들의 학업수행과 생활 적응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정부정책과 학내 제도프로그램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대학 사회 내 소수자로서 대학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중국 유학생들, 특히 원우들 사이에서 이번 왕 씨의 투신 사건은 어떻게 회자되고 있을까. 중국인 유학생 조설매 씨(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는 “유학생들은 주로 대학원 건물의 열람실과 로비에서 안면을 트고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면서 타 언론의 보도처럼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왕씨의 투신 원인이 연애 문제와 취업 스트레스에서 기인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한편, 주위에 친구가 있었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표하곤 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녀는 “학생 상담실에서 한국어 상담을 받는 것은 언어의 한계 때문에 꺼려진다”며 “중국 학생들 사이에서 자주 나누는 이야기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학비 부담, 외로움 등”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중국인들 역시 개인주의에 익숙해져 있고 대부분 학교에서 만나게 된 연애 상대에게 의지하게 된다”며 “유학생들에게 있어 양국의 가장 큰 차이는 한국에서는 휴식겞樗� 공간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도서관에 잉글리쉬 룸은 있으면서 중국어 방은 없다는 것도 아쉽다. 대학원 건물 내에 좁더라도 중국 유학생들을 위한 작은 공간이 주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리들이 많은 사람들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튼튼한 연대감이야말로 닫힌 공간을 열고, 저 푸른 하늘을 숨 쉬게 한다”는 신영복 교수의 글귀처럼 본교가 학우들의 튼튼한 연대감을 구축해 미래라는 이름의 공간을 열고자 한다면, 먼저 그들을 위한 물리적 공간의 확보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낯선 타국 생활 속에서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유학생들에게 대학은 그저 학습에 대한 열의와 좋은 성적만을 요구하는 곳에 불과하다. 허울만 좋은 커뮤니티나 네트워크의 개설, 설명회나 행사의 개최보다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원우들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관계의 형성과 이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의 확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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