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하 / 게발트 회원

 
 
 

  최초의 마르크스주의 전쟁이론가인 엥겔스는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유물론에 입각해 전쟁이론에 관한 개념을 발전시켰고 이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군사교리 기초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엥겔스는 실제 전장에 참전했던 경험으로 ‘장군 엥겔스’로 불렸으며 마르크스와의 지적 분업속에서 군사이론 연구를 진행했다. 그의 군사이론은 혁명론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으며 이는 화해불가능한 적대로부터의 내전의 불가피성에 대한 논리와 맞닿아있다. 이는 “역사상의 모든 충돌은 생산력과 교류관계(생산관계) 간의 모순 속에 그 기원을 가지고 있다 …… 그리고 이것은 오로지 혁명에 의해서만 분쇄될 수 있다”고 설명되며 이러한 사고는 수단으로서의 폭력 문제를 매개로 전쟁이론과 혁명적 필연성의 접합을 구성한다.

  엥겔스의 군사이론의 기초엔 헤겔의 변증법에 대한 비판으로서 “자연, 인간사회 그리고 사유의 일반적 운동법칙 및 발전 법칙에 관한 과학”인 변증법이 있다. 이는 현존하는 모든 것을 운동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며, 생성과 소멸을 통해 사회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자연에도 역사가 있으며 그것으로부터 우리는 변증법의 법칙을 추상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고, 이어 “그것은 사유 자체뿐 아니라 …… 가장 보편적인 법칙에 다름 아니다”라며 세 가지 주요 법칙으로 압축한다. 이는 양질전화 및 그 반대에로의 이행의 법칙, 대립물의 상호침투의 법칙, 부정의 부정의 법칙이다. 엥겔스가 확립한 세 가지 법칙은 그가 분석하는 군사이론에서도 적용되는데 그 한 예로 <반듀링론>에서 나폴레옹과 마메르크인과의 전쟁 예시를 통해 양질전화의 법칙을 설명한다.  


정치에 대한 경제의 우위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정초되는 역사유물론은 역사이해의 출발점으로 ‘현실적 전제’를 강조한다. 달리 말해 이것은 물질적 삶의 조건이자 재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경제를 ‘역사의 참된 무대’로 보는 것이다. 이는 역사 발전의 추동력 문제와 직결됐으며 최종심급에서의 경제 결정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같은 사고는 전쟁이론의 문제의식에도 동일하게 등장한다. 클라우제비츠를 따라 전쟁을 정치의 계속으로 파악하는 엥겔스에게 정치와 경제의 관계는 곧 정치의 종속변수인 전쟁과 그것의 물질적 기초, 즉 경제와의 관계를 해명하기 위한 핵심적 문제이다. “폭력은 결코 단순한 의지의 작용(정치)이 아니라 그것이 행사되기 위한 대단히 현실적인 전제조건, 특히 도구를 필요로 함을, 게다가 이 도구들이 생산되어야 함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 따라서 경제력, 경제적 상황, 폭력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물질적 수단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이해함을 의미한다”.

  이같이 엥겔스는 정치에 대한 경제의 우위를 논증하고 있다. <반듀링론>에서 등장하는 폭력에 관한 논의는 폭력 일반에 대한 분석이라기보다는 정치와 경제의 관계에 대한 규정이며, 곧 근대국가에 내재된 폭력과 그것의 경제적 조건과의 관계에 대한 논의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적 소유의 기원이라는 측면에서도 사적 소유는 폭력과 약탈의 결과가 아니라 이러한 폭력 등이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생산의 증대와 교통의 촉진에 따르는 이해, 즉 경제적 기원에서 비롯되는 결과이다. 폭력은 소유 상태를 변경할 수는 있어도 사유재산 그 자체를 창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정치적 능력에 의거한 폭력이 아닌 현실적 전제조건으로서의 폭력의 도구이다. 이 도구는 무기의 생산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것은 다시 생산일반, 즉 경제력과 경제적 상황, 폭력이 사용할 수 있는 항상적인 물질적 수단에 기초한다.

  결국 경제적 우위에서 결정되는 폭력은 “새로운 사회를 잉태하고 있는 모든 낡은 사회의 산파”이며 “그것 자체가 하나의 경제적 능력이다”. 따라서 폭력은 사회 운동이 관철되고 응결되며 낡은 정치형태를 분쇄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혁명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요컨대 엥겔스는 <반듀링론>의 ‘폭력론’을 통해 정치권력이 아닌 경제적 조건이 역사발전의 추동력이며 폭력수단, 즉 무기체계와 군대 그리고 전쟁을 그 경제적 기초에서 설명하고 있다.

  엥겔스와 마르크스가 주고받은 편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군사이론은 클라우제비츠로부터 연원한다.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장이다. ……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여러 전쟁을 바로 이 관점에서 평가했다”라고 레닌은 지적한다. 이처럼 마르크스주의의 전쟁이론의 중핵을 이루는 것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며 그는 이를 계승과 단절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했다.

  클라우제비츠에게 전쟁의 순수한 개념적 본질은 전쟁행위의 폭력성에 존재한다. 그에 의하면 “전쟁은 적에게 우리의 의지를 실행하도록 강요하는 폭력행위이다”. 이 정의에서 자기의 의지란 전쟁의 정치적 목적으로 국가적 목표를 의미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폭력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자기의지의 강요라는 전쟁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의 무력화라는 전쟁의 군사적 목표를 추구해야 하며, 이는 전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본질상 극단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극단으로의 상승’에서 경향법칙적 논리를 갖는 ‘절대전쟁’이라는 개념이 도출된다. 하지만 이러한 극도의 추상으로서 ‘절대전쟁’의 개념은 구체화되면서 경험세계에 존재하는 무한한 변수와 요소들을 통해 마찰되고 이는 완화된다. 이는 ‘제한전쟁’이다. 현실의 전쟁에서 폭력의 무한적 사용이라는 경향법칙은 제한되고 통제될 수 있으며 또한 통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전쟁은 항상 정치의 목적에 종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클라우제비츠에게 있어 또 다른 결정적인 것은 인민전쟁 개념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인민전쟁 개념의 원형을 나폴레옹 전쟁에서 발견한다. 나폴레옹에 의해 수행된 전쟁은 인민전쟁이었고, 이는 하나의 혁명적 수단으로서 무질서 상태를 합법화하고 적에 대한 위험 이상으로 국내의 사회질서에도 위험을 가져다주지만 오히려 이 인민전쟁이야말로 전쟁이라고 부르는 ‘끓어오르는 상태의 확대강화’이며 전쟁 특유의 고유성이 완전히 발현된 형태, 즉 절대전쟁에 유사한 전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엥겔스는 인민을 전쟁의 주체로 등장시킨 나폴레옹 전쟁을 인민전쟁으로 개념화한 클라우제비츠의 관점을 프롤레타리아 해방의 전략·전술이라는 문제틀 속에서 계급전쟁 개념으로 전화시킨다. 엥겔스는 “그들의 군사적 기구가 분쇄되거나 고갈되는 즉시 휴전을 채결하는 정부전쟁이다. 국민 자신이 참전하는 현실적 전쟁을 우리는 지난 수세대 이례로 유럽의 중앙에서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가 상정하는 전쟁은 국민 자신이 참전하는 전쟁이며 이는 곧 인민전쟁이고 동시에 혁명으로 전화할 수 있는 전쟁이다. 하지만 엥겔스는 클라우제비츠와 단절점을 갖는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군사문제의 경제적 기초와의 연관이라는 역사유물론의 입장에서 전쟁이 갖는 계급성이다. 또한 전쟁을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간주하여 군사적 관심과 논의를 혁명에 종속시켰다. 

  엥겔스로부터 정초된 마르크스주의 전쟁관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전쟁(내전)이란 폭력을 통한 정치의 계속이다. 여기서의 정치의 주체는 근대적 민족국가를 기본적인 단위로 삼는 것이 아니라 계급이다. 따라서 전쟁, 즉 내전이자 계급투쟁은 계급의 정치이자 해방적 기획의 한 형태로 그려진다. 둘째, 이러한 전쟁관에서 근대사회는 홉스적인 자연상태이며 양대 계급의 화해 불가능한 적대가 만연한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에는 내전 양상의 계급투쟁이 벌어지며 상비군은 계급지배의 도구로서의 측면이 부각되게 된다. 셋째, 이러한 적대적 계급으로 나뉜 사회에서 계급투쟁은 절대전쟁적 모델에 가깝게 극단으로 상승될 수 있다. 양측의 계급이해가 적대적이기에 양보 혹은 조정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계급투쟁의 수단은 폭력이고, 폭력의 도구는 다름 아닌 무기의 생산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이것은 다시 생산 일반, 즉 ‘경제력’과 ‘경제적 상황’, 폭력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물질적 수단에 기초를 둔다. 그러므로 전쟁의 수행에서 궁극적으로 결정적인 것은 물적 조건이며, 폭력 그 자체도 하나의 경제적 능력이다. 넷째, 전쟁의 형태는 인민전쟁이다. 지배계급간의 국지전이나 정부간의 전쟁은 반동적이거나 반혁명적인 것이기에 전쟁은 원칙적으로 비판받는다. 하지만 억압자에 대항하는 피억압자의 전쟁은 역사상 유일한 정당한 전쟁이며 낡은 국가기구를 분쇄할 계급전쟁, 곧 노동과 자본간의 전쟁은 정당한 전쟁이다. 마르크스주의에서 내전, 민족해방전쟁, 파르티잔, 게릴라 등은 정당한 전쟁이다. 다섯째, 엥겔스는 당시 유럽의 반동적 국가들이 스스로의 손으로 붕괴될 것이라 여겼다. 즉 국가의 군대는 인민으로 구성되고 이러한 인민의 무장과 군사교육 등은 체제의 무덤 파는 자들을 스스로의 손으로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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