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대학원 401호에서 상반기 문화연구학과 콜로키움이 열렸다. 본 콜로키움은 문화연구의 주된 분석 대상인 예술과 정치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떤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 위해 <예술과 정치 사이>라는 주제 아래 총 3회의 강연으로 기획됐다. 그 마지막 회로서 ‘오늘날 현실 개입의 예술과 문화행동의 지형’이라는 주제로 이광석 교수(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가 강연했다. 이 교수는 “오늘날 문화현실 지형에서 새로운 예술/문화행동의 현실과 가능성을 조망할 것이다”라며 강론의 방향을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한국 예술행동의 기원과 민중예술적 흐름의 전사를 설명했다. 6-70년대 현실 참여예술, 80년대 운동권문화, 90년대 소비자본주의와 이후 대중문화 성장을 거쳐 2000년대의 예술행동이 형성됐다. 그는 특히 80년대 민중미술을 강조하며 “20대 중심의 소집단 운동이었던 ‘두렁’과 ‘광주자유미술협의회’ 등을 통해 엘리트 중심의 주류 미술이 아닌 대중 스스로, 그리고 대중과 함께 하는 지역ㆍ현장 중심의 미술을 강조하는 경향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를 “예술을 통해 현실 재현의 정치학적 관점을 구현하려 했던 시도”라 평가했다.

  이같이 한국 예술운동의 현실 개입적 경향은 70년대 발생한 리얼리즘 예술, 80년대 예술의 저항정신과 현실 개입의 미학적 실천을 담지한 민중미술에 있었다. 하지만 이후 정치과잉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90년대 소비자본주의의 확장으로 문화ㆍ예술 현장 지형 자체가 정체되고 문화자본과 상업주의 예술에 전면 포획됐다. 그러나 이 교수는 “2000년대에 들어 예술/문화행동 지형의 질적 전화로 인해 민중미술 이후 새로운 형태의 급진적 미술 흐름인 ‘포스트-민중미술’ 혹은 그 변종이 출현하고 있다”며 이는 “예술과 사회운동의 경계를 넘나들며 형식의 파격과 다양성을 적극 수용한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2000년대 이후의 예술행동 경향은 현장예술, 파견미술, 공동체예술, 표현의 자유, 개념예술, 자립형 공공예술이라는 주요 특징들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첫째, 현장예술과 파견미술은 ‘장소 특수성’에 기초해 현장 협업화하는 예술행동의 방식이다. 둘째, 공동체예술은 토건국가 개발주의에 대한 대안적 사유와 문화행동의 접근법이다. 셋째, 표현의 자유 위기로 인해 다양한 대중적 형식의 실험ㆍ풍자와 패러디ㆍ길거리 낙서ㆍ이미지 전유 급증의 경향이다. 넷째, 개념예술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소수자들에 대한 문제제기로부터 창작자와 사회적 소수자 간 이뤄지는 공동 작업의 경향이다. 다섯째, 자립형 공공예술은 기존의 삶을 넘어서 새로운 형태의 삶을 재구성해 주체성을 회복하려는 경향이다.

  나아가 이 교수는 “2000년대 새로운 예술행동의 등장은 90년대 이후 정체된 예술의 실천을 넘어 새로운 참여의 형식과 실천적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갈수록 권력이 폭력성을 숨기며 스스로를 중립화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화된 문화에 각인된 권력의 흔적들이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며 이 상황에서 “예술행동의 현실 개입은 사회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선 “민중예술의 정치과잉을 털어내고, 현실비판의 창작 정신을 오늘날의 표현과 실천의 중심에 놓아야 된다”며 “예술행동의 현실개입을 통해 새로운 미학적 실천의 장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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