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축제 ‘LUCAUS’가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3일에 걸쳐 학내 곳곳에서 열렸다. 역대 어느 축제 때보다 시끌벅적하고 요란스런 풍경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펼쳐졌다. 학교 내외 설치된 현수막을 보거나 학내를 돌아다녀 봐도 보이는 것은 오로지 ‘먹을 것’과 ‘놀 것’ 뿐이었다. 이것이 대학문화이고 대학축제인가. 축제에 참여한 김상우 씨(정치국제학과 4학년)는 “대학문화라는 것이 사라진 것 같다. 언젠가부터 축제는 향락의 장이 됐고 남는 것은 연예인을 보았다는 것, 술을 술집이 아닌 학교 안에서 마셨다는 것뿐이다”라며 아쉬움을 밝혔다. 또한 화학과의 한 학우는 “예전엔 주점도 연대주점, 영화상영과 같이 어떤 목적이 있었는데 요즘 주점은 오로지 ‘부어라, 마셔라’의 가학적인 주점만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 대학의 분위기가 대체로 그런 것 같다. 어떤 사적자리에서건 진지한 고민보다는 웃음만이 가득 차야한다”며 고민과 성찰이 사라진 대학문화를 지적했다.

  대학문화의 빈자리를 차지한 흥겨운 유행가와는 대조적으로 현재 학내에는 인문사회계열 4개 전공단위에 대한 구조조정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효율성 일변도의 ‘후퇴없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내 단위들이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조직해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16일과 30일, 공대위는 당면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공대위 문화제’(이하 문화제)를 중앙마루에서 개최했다. 30일 문화제는 랩 공연과 철학과 기타 동아리, 인문대 밴드 등의 공연과 학우들의 발언으로 채워졌다. 문화제 사회를 진행한 이현재 정치국제학과 학생회장(정치국제학과 3학년)은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행동들이 자칫 어둡고 무서운 시위를 연상시켜 거부감이 들 수 있다”며 “거부감 없이 학우들과 친근하게 소통하기 위해 문화제 형식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날은 해당학과 학우만이 아닌 구조조정 공대위를 연대하고 지지하는 다양한 학과의 학우들이 참여했다. 새내기로서 발언대에 오른 홍은정 씨(사회복지학부 1학년)의 발언은 대학이라는 공간이 현 시대에 어떻게 전유되는지를 극명히 보여줬다. 그는 “본교 면접관이 학교에 입학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꿈을 꼭 이루라는 말에 감동받아 부푼 설렘을 안고 대학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가 꿈을 이루기 위해 입학한 학과를 없애버리려 한다”며 교육의 주체가 학생이 아니라 오로지 학교 그리고 발전임을 확인시켰다.

  대학축제, 나아가 학문의 주체는 학생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 대학축제에서 학생은 오로지 술과 음식, 연예인을 섭취하는 공허한 소비주체로 대체된다.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을 통해 본 학문의 주체는 거대기업과 한 몸이 된 산학복합체로서의 대학이고, 학생은 등록금으로 취업증명서를 구매해야하는 소비주체로 전락한다.

  현 시대의 학생에게 남겨진 기표는 소비하고 계발하는 주체로서의 학생이다. 이를 전복하려는 작지만 뜨거운 시도가 공대위 문화제에 있었다. 이는 판매자-구매자로 환원되는 대학-학생이 소멸된 성찰과 자기(self)를 되찾는 일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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