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만 / 사회학과 석사과정

 

  우리가 알던 푸코와 전연 다른 푸코의 돌발 가능성이 암시된 곳은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에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강의에서 푸코는 규율권력 대신 생명권력이라는 생경한 개념을 제시하며,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문제가 18세기부터 파시즘에 이르기까지 항상 존재해온 것임을 밝힌다. 하지만 그 분석은 다소 개략적으로 관련 쟁점들을 제시하는 데 그치고 만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푸코가 이후 몇 년간의 작업을 통해 몰두했던 ‘통치성 분석’으로 집약된다. 즉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발명됐던 통치 테크놀로지의 역사를 해부하는 것으로 말이다.

  사실 통치성 분석은 푸코의 초기 분석부터 제시된 쟁점들이 신자유주의라는 정세까지 고려되면서 상당히 일관적인 문제설정 속에서 드러난 것이다. 발리바르의 말을 빌자면 “왜 사회가 ‘근대화’될수록, 따라서 ‘정치화’될수록, 왜 정치가 심리 속으로 투영되고 개인들로 하여금 사회적 존재들로 행동하기 위해 ‘나’(또는 우리)라는 동일성을 갖도록 강제하는가”이다. 이를 필자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주체화/예속화로서 안전사회의 탄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푸코가 수용된 복잡한 사정을 돌이켜보면, 그의 명민한 수다스러움을 끈질기게 쫓기보다는 외려 거기에 휘말린 채 지내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통치성 분석의 등장을 신자유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 중 하나로서만 열렬히 환영하고, 이전에 소개된 그의 분석들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풍토는 푸코가 그토록 경계했던 ‘예속에서 회귀한 앎들이 다시 식민화되는 위험’, 푸코 자신을 모든 주제를 다룬 ‘만능 사회과학자’ 혹은 ‘안전장치 환원론자’로 호명해버리는 촌극에 다름 아닐 것이다. 필자가 이리도 강경하게 말하는 이유는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발명됐던 통치 테크놀로지의 가장 탁월한 예가 바로 사회과학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이 자유주의적 통치합리성을 지탱해온 지식-권력의 복합체였음을 푸코 자신이 근대 생명권력의 탄생이라는 문제설정 내에서 역설했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한 채 통치성 분석을 푸코의 또 다른 분석 주제 중 하나로 여기는 것이야말로 그의 분석이 착목하고자 했던 지평을 협애하게 이해하는 동시에 그것이 가지는 분석적 잠재력을 봉쇄해버리는 것이다.
 

위기관리의 안전장치, 통계학


  본격적으로 전개된 통치성 분석 전체를 가로지르는 가장 중요한 대상은 물론 정치경제학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테크놀로지 중 하나는 통계학이다. 푸코는 통치성을 “인구를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정치경제학을 주된 지식의 형태로 삼으며, 안전장치를 주된 기술적 도구로 이용하는 지극히 복잡하지만 아주 특수한 형태의 권력을 행사케 해주는 제도ㆍ절차ㆍ분석ㆍ고찰ㆍ계측ㆍ전술의 총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중요한 기술적 도구가 바로 통계다.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안전장치들은 사례, 위험, 위기를 셈하고 개입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셈법은 평균값을 구하고 이를 통해 정상적인 분포를 얻어내는 것이다.

  이때 ‘정상’은 허용과 금지로 코드화된 규율권력에 의해 표상된 비정상성의 맞짝이 아니라 우연성이 고유의 법칙성을 가지며 현실에서 작동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즉, 더 이상 예외와 우연의 대립물로서의 정상이 아니라 예외와 우연이 규칙성과 조우하며 작동하는 현실 자체가 ‘규범’이라는 것이다. 이때 규범이란 뒤르켐이 말한 사회학적 사실이며, 그것이 현시되고 있는 장소는 사회학이 말하는 사회다. 따라서 푸코가 말한 자유주의가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사회는 공화주의로 변용된 사회이며,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했던 안전장치의 핵심적 도구 중 하나가 바로 통계를 기초로 한 사회과학이었던 것이다. 이는 통계학의 역사를 살펴봤을 때 더욱 분명해진다. 푸코가 통치의 핵심적 테크놀로지로서 언급한 통계적 규범은 특히 케틀레의 ‘평균인’ 개념에 기초한 사회적 사실과 관련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케틀레와 ‘도덕과학’의 명칭을 놓고 논쟁을 벌이던 이가 사회학의 비조로 평가받는 콩트였음을 상기해야 한다. 둘은 통계적 법칙에 선행되는 조건들을 규정했던 인간의 마음 자체나 인간 상호 간의 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과학, 즉 도덕과학의 수리적 영역과 역사적 영역을 개척했던 대표적 인물들이었다. 콩트는 케틀레와 도덕과학의 명칭을 놓고 논쟁을 벌이던 중 ‘사회학’이라는 용어를 고안했다. 사실 그는 통계학적 법칙을 유치한 추론이고 잘못된 원리라고 비난했지만, 역설적으로 사회학이라는 명칭은 통계학자들이 자신들의 학문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 이지영
ⓒ 이지영


  월러스틴도 지적한 것처럼 사회학ㆍ경제학ㆍ정치학이라는 초기의 사회과학들은 프랑스 혁명 이후에 탄생된 ‘변화의 정상성’을 정당화시킨 앎이었다. 그러한 변화의 정상성은 제3공화정에 이르러 사회화된 사회를 통치하는 사회국가의 탄생, 다시 말해 적대를 확률적 인과성과 통계적 법칙성에 예속시켜 외부없는 내재성의 평면과도 같은 사회적 사실의 세계 속에서 평균치로 만들어버리는 국가의 통치화로 귀결된다. 따라서 사회과학이 말하는 사회, 사회국가가 말하는 연대의 공동체는 자유와 평등의 문제를 평균과 균형의 관계에서 합리화시키는 자유주의적 통치성을 통해 상징화된 것이다. 실제로 1789년의 정치혁명에서 촉발된 ‘사회적인 것’의 요구가 1848년에 이르러 사회혁명으로 나타난 이후의 결과는 적대의 통치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 핵심에는 경제적인 것의 교류적 현실로서 보호해야 할 사회를 상징화시킨 통계학이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정상적인 분포에서 어긋난 인구, 푸코의 표현을 빌자면 인구이길 거부한 인민을 살게 만들고 죽게 내버려두기 위해 부단한 사회적 판독을 실시하는 위기관리의 테크놀로지로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푸코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보내온 로장발롱은 그러한 사회적 판독의 결과로서 체계화된 사회집단을 ‘표적인구’라 말한다. 그는 20세기 복지국가의 사회문제가 표적인구의 구성, 그와 관련된 권리와 급부의 체계, 이를 관리하는 전문가들과 공공관리 체계를 통해 통치된다고 본다. 그가 말하는 복지국가의 통치는 푸코가 말했던 통치의 테크놀로지로서 사회과학이 사회적 사실들을 수집하며 통치의 일부분으로서 기능ㆍ작용하는 것과 그 원리상 동일하다. 즉 표적인구 집단은 사실상 스스로를 표상할 수 없는 배제된 자들이지만 통치성을 전체화하는 동시에 개별화화는 권력의 테크놀로지, 그중에서도 사회과학의 인구통계학적 변수들을 통해 표상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매년 쏟아지고 축적되는 국가통계자료들은 인구의 삶을 분류하고 체계화시키는데, 이때 복지수혜자 혹은 평균적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자들이 비로소 표상된다.

  그런데 로장발롱은 복지국가의 위기 이후에는 배제된 자들이 기존의 인구통계학적 변수로도 표상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한다. 이는 배제가 사회적 사실들의 세계를 경유하더라도 상징화될 수 없게 됐다는 것, 다시 말해 복지국가가 상상했던 사회 속에서 사회화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그는 ‘사회의 개인화’라는 새로운 사회문제가 등장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사회과학은 이런 난제를 개인사와 전기적인 변수들을 통해 추적하며, 그들에게 얼마나 극단적인 배제를 겪었는지 토로하고 구술하라 압박한다. 또한 통계적 혁신으로부터 비롯된 보장보험기술과 자산관리기술을 통해 그들에게 인적자본과 사회자본을 키우라며 새로운 규율을 제시한다. 결국 이런 판독법은 사회적인 것의 불가능성이 어떻게 개인화라는 것으로 전치되는지의 징후에 불과하다.

  하지만 푸코의 분석이 과연 정치공학의 지지대로서 기능해온 사회과학의 지배적 경향성을 전복시킬만한 또 다른 테크놀로지를 우리에게 말했는지는 의문이다. 그가 후기에 천착한 ‘자기의 테크놀로지’는 너무 손쉽게 지식-권력‘관계’로부터 탈주를 감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통치성 분석의 유능함만큼이나 예속화에 반대하는 ‘대항품행’의 역사에서는 그것이 무능하다는 역설 때문이 아닐까. 어떻게 사회과학이라는 통치의 테크놀로지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주체화될 수 있을까. 아마도 푸코의 절대적 낙관주의로부터 그 조건들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정치적인 것의 가능성을 봉쇄하는 조건들과 그것을 개방시키는 조건을 기민하게 탐색하기 위해 우리에게 푸코라는 사유의 참조점이 비가역적인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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