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 / 전 편집장, 사회학과 박사과정

 

  유수와 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돌이켜보면 <대학원신문>에 결부된 필자의 기억에는 몇몇 결절지점들이 있다. 대학원신문사가 자치기구에서 언론매체부 산하 기관으로 편제되던 시기에 농성장에서 편집위원 업무를 시작했고, 파란을 일으킨 구조조정 계획으로 학내가 불안과 갈등으로 점철됐던 시기에 편집장을 맡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구조조정의 효과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는 시기에 이렇게 <대학원신문>의 300호 발행을 기념하는 글을 쓰게 됐다. 학내언론이라는 특성상 <대학원신문>은 아마 앞으로도 끊임없이 그러한 결절지점들과 마주치며 대학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문제의 일차적 요인은 <대학원신문>이 항상적으로 지니고 있는 딜레마에 있다. 대학원‘신문’으로서 학내외 이슈들을 포착해내고 기사화하는 동시에 학술운동의 일환으로서 다양한 학술적 논의들을 기획하고 그에 걸맞는 글을 싣는다는 이중적 역할을 스스로 부여함에 따른, ‘신문’과 ‘학술지’ 사이에서 움직이는 진자와 같은 딜레마가 그것이다. 
 
  사실 이러한 이중적 역할이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원신문>이 가지고 있는 종별성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과 학술지라는 이중적 역할을 <대학원신문>의 종별성으로서 유지하고 발전시키고자 해왔는지 아니면 딜레마로서 구축해왔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만일 후자의 방향으로 달려온 길이라면, <대학원신문>이 대학원 사회에서 헤게모니적 담론을 생성하기보다는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협소한 지위로 내려앉게 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조금이나마 그러한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기존 관행 내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기존의 틀을 유지하는 안주는 우리에게 안락함을 제공하는 대가로 딜레마를 더 이상 고민하지 않게 만든다. 이는 내부의 모순들을 누적시키지만 그것은 어느 시점엔가 폭발하게 되어 있다. 필자 역시 지난 대학원신문사 활동을 돌이켜보면 치열한 고민보다는 안주가 늘 반 발자국씩 앞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안주들이 켜켜이 쌓인 결과가 <대학원신문>의 종별성을 발전시키기보다 딜레마를 더욱 깊게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부채감을 안고 있다. 부끄러운 채무자의 입장이지만 대학원이라는 학제단위를 대표하는 몇 안되는 언론으로서 <대학원신문>이 딜레마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슬기롭게 헤쳐나가길 요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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