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초였지 싶다. 끼니도 때우지 못하고 급하게 세미나를 들어가려다 평소처럼 쿠벅에 들러 커피와 베이글이나 사서 들어가자는 생각에 아트센터 건물로 들어섰다. 하지만 1층 앞에 도착하기 전까지도 작년에 쿠벅 앞에서 뭔가 서명을 받고 있던 걸 기억해내지 못했다. ‘아~ 맞다’란 생각이 든 건 황량하게 비어 있는 1층 로비의 한쪽 끝을 보고 나서였다.
  개강하고 나니 쿠벅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다는 걸 느끼게 된다. 가뜩이나 뭔가 먹을 만한 곳, 앉을 만한 곳이 없는 후문의 생활반경인지라 작은 가게 하나 없어진 게 이토록 큰 건가 싶다. 지금 내가 커피숍 하나 없어진 게 아쉬워서 이러는 건 아니다. 커피를 사러가려면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어딘가 저 밑(정문 쪽)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점이 귀찮아서만도 아니다.
  문제는 커피를 사 마실 곳이 없다는 것과 더불어 남는 시간동안 앉아 있을 공간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언제나 대학원 열람실과 컴퓨터실은 낮 시간 동안 북적대기 마련이고, 대학원 건물 1층 로비는 갈 곳이 없거나 잠시 쉬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다. 그렇다. 우린 남는 시간에 갈 곳이 없다.
  그나마 후문 생활반경(대략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대학원 건물에서 수평으로 움직이는 동선을 말한다)에서 사람들이 쿠벅을 즐겨 찾았던 건 커피가 맛있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횡단보도를 건너가 커피를 사 먹어야 하는 귀찮음을 덜어줌과 동시에 남는 시간에 잠시나마 앉아있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것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없앤 이유야 들어보면 또 합리적일 테고, 그래서 굳이 왜 없앤 거냐고 묻고 싶지도 않지만, 적어도 대안은 마련해 주셨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곧 한창 더워질 날씨에 차가운 커피가 무더움을 적셔주는 단비라면 천원짜리 테이크아웃 커피는 후문에서 한참 내려가야 살 수 있다. 
  그리고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열람실에서 공부하다가 혹은 공강 시간, 잠시 남는 짜투리 시간에 어딘가에 편하게 앉아 차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이 주변에 있고 없고는 꽤 크다. 부디 우리에게도 여유를 가지고 차 한 잔 즐길 있는 공간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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