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윤 / 철학과 석사과정

 
 
행동연구의 다섯 번째 주제로 옮겨 왔다. 앞선 다양한 분야에서도 계속적으로 질문했지만 인간은 어떻게 살도록 되어 있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가장 가까이서 답해야 할 분야가 윤리학이 아닐까 싶다. 최근의 윤리학적 논의들이 메타-윤리적인 문제에서 더 첨예한 실천적인 문제를 다루는 논쟁으로 옮겨 가는 것은 본 행동연구의 다른 주제들을 살펴보았을 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접근은 ‘윤리’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그는 윤리적 행위의 본질이 경험의 반복을 통한 ‘체화(embody)의 문제’라고 본다. 그렇기에 윤리적 행위에 대한 접근에서 중요한 것은 윤리적 인식이 아니라 숙련과 훈련을 통해 드러나는 실천이다.


바렐라는 윤리적 행위를 윤리적 판단과 결부시켜 이해하고자 하는 서구 전통에 대해 도전한다. 그는 노홧(Know-what)에 접근하는 기존 서구 전통의 인지적 계산주의에서 벗어나 구성적 인지과학으로 노하우(Know-How)를 밝히기 위해 윤리의 본질에 대한 인지과학적 성찰을 시도한다. 윤리적 행위들은 상황에 적절한 경험의 반복 및 확장을 통한 행동 체화의 결과물, 즉 노하우의 산물이다. 나아가 이런 행동들은 인지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끊임없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단절된 행동패턴의 연속으로 구성됨’에 근거하고, 우리가 이제껏 상정해 온 중앙통제자로서의 불변의 자아가 아닌 실체성이 없는 미시주체를 통해 미시세계를 경험함으로써 가능하다.


바렐라는 맹자로부터 존재의 투사로서 실천 윤리를, 불교에서 ‘비어 있음(空)’의 체화 및 가상자아의 실천 개념을 가져와 연관지으면서 서양의 전통 철학곀測� 철학과 대비되는 윤리의 근원적 차원을 제시한다. 그러한 근원적 차원은 윤리적 앎에서의 비중을 노하우가 더 크게 차지하고 있으며, 일상적 경험을 통해 체화된 행동 패턴이 숙련된 윤리적 행위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또 이 과정은 궁극적으로 한 개인이 ‘비어 있음’을 체화하는 경지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본 기획에서 제시한 행동연구에 대한 다섯 주제의 책을 읽으면서 이들이 궁극적으로 ‘인간’ 행동연구임을 잊지 않는다면 오늘날 일어나는 논의의 변화들에 대한 적응뿐만 아니라, 실천적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유용한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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