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2.9 수 12:16
학내
조교는 ‘밥’이 아니다
박지혜 기자  |  utois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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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호]
승인 2012.11.16  10: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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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중앙인커뮤니티에 게재된 한 대학원생의 글이 화제가 됐다. 지난달까지 자연공학계열 교학행정실에서 교육조교로 근무했던 A 씨가 교육조교의 열악한 근로 환경과 교직원들의 부당한 대우를 폭로하는 글이었다. 이 글은 중앙인커뮤니티에 게시된 이후 현재까지 4,900여 건의 조회 수와 500여 건의 추천을 받아 원우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이로 인해 교내 대학원생 조교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게재된 글에 따르면 교직원들은 A 씨를 비롯한 2명의 교육조교들에게 자신들이 해야 할 업무뿐만 아니라 커피 심부름이나 설거지, 인터넷 쇼핑 결제 등 사적인 용무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더구나 커피 심부름을 잘 하지 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업무 태만이라 덮어씌우며 부당하게 해고를 통보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많은 원우들은 댓글을 통해, 이번 사건은 비단 자연공학계열 행정실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원생 조교들이 대부분 공유하고 있는 문제의식이라는 데 공감을 표했다. 원우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 측에서 전 계열행정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학원생들의 처우 개선에 착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재 본부 기획처 경영심사팀과 인권센터가 공동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영심사팀의 박희원 팀장은 “교직원과 조교, 양측 입장에 대한 면담과 인터뷰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11월 중순 중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한다”고 전했다. 또한 김석규 자연공학계열 교학행정실장은 “본부의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우리들의 ‘불편한 진실’
 

  A 씨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대학원생 조교의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조교제도는 대학원생이 장학금을 받는 형태라고 생각하지만, 2005년 민주노동당 최순영 전 의원과 전국대학노동조합이 시행한 <대학조교 실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 대학의 조교제도의 운영은 크게 직업형조교(급여를 받는 조교), 직업형조교+학생조교(학비 감면이나 장학금 지급), 학생조교제도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직업형조교를 운영하는 대학이 147개로 다른 형태의 조교 운영 비율 보다 높았다. 이는 조교제도가 하나의 직업군으로 변화하고 있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학생조교 또한 단순히 교수의 연구를 보좌하는 역할이 아니라 직업형조교로 변화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직업군이자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본교 또한 현재 교육?연구?행정조교를 나눠 채용하고 있다. 이 중 대학원생들은 주로 장학금의 명목으로 ‘대학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보조(실험실습) 또는 학사업무 및 학생지도를 담당하기 위한 목적’에서 채용하는 교육?연구조교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현 조교 규정에 각 조교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 실제로 교육조교는 행정조교와 교직원의 업무를 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약학계열 교학행정실에서 교육조교를 했던 B 씨는 “업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교직원들의 업무까지 조교들이 한다”며 “늘어난 근무량으로 인해 시간초과 업무가 빈번했지만 급여는 최저임금에 겨우 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본교 조교제도의 문제점은 학생조교가 직업형조교의 업무를 겸하고 있지만 장학생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로서 인식되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 학생조교가 근무하고 있는 대부분의 행정실에서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고 있으며, 조교들은 부당한 노동 착취에 놓이거나 노동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에 김일곤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많은 학교들이 장학금 명목으로 조교를 채용하지만 그 속내는 정규직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비정규직을 채용하기 위함”이라며 “정당한 임금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 조교의 상황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자 노동착취의 행위”라고 논했다. 

  이전부터 대학원생 조교 문제가 지속되고 있었음에도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여러 복잡한 구조적 문제들이 얽혀 있지만, 이번 사태에서 드러나듯 교내에서 내면화된 권력 구조가 작동되고 있다는 요인이 가장 크다. 대학원의 특성상 교수와 교직원이 대학원생 조교에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조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의 가장 아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원생은 ‘불편한 진실’에 대해 침묵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B 씨는 “교직원들은 마치 자신들이 조교들에게 혜택을 베풀어 주는 것 마냥 조교들을 홀대했다”며 “행정실의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근로 환경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조교들은 불만이 있어도 침묵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착취 아닌 권리 보장으로
 

  지난달 화제가 된 <서울대 대학원생 인권 실태 조사>가 보여주듯 대학원생 조교문제는 비단 본교만이 아니라 사회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김일곤 정책실장은 “조교라는 명칭을 변경해 보조자가 아닌 근로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교내 임용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법의 보호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조교들에게 가해지는 불합리한 대우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통로와 방법의 제도적 확립을 위해서는 조교를 조직화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불편한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교직원과 조교들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 및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 원우들 또한 침묵을 넘어서 행동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화두로 대학원생 조교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와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공론화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학원생의 권리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이해가 전제돼야 할 것이며, 현 조교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 소위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조교라는 미명 아래 버젓이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는 대학원생은 어느 누구의 ‘밥’도 될 수 없다. 설 곳을 잃은 대학원생들의 권리 보장이 시급하다.  
 

박지혜 편집위원 | utois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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