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예전 모습 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이제 학생들을 소비자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 아예 종속된 집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것 같다. 이제는 대학이 고등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 아니라 주주가치를 창출하고 투자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양상을 띠고 있다. 때문에 오늘날 대학은 교육의 질이라든지 캠퍼스의 위치 선정 등이 실제 교육의 질과 학생 편의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투자에 이득이 되는, 대외 평가에 유리한 선택지들을 골라내며 학생들을 볼모로 게임을 하고 있다.

2008년 두산 재단 인수 후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한 본교의 구조조정 역시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비전 아닌 비전 아래 단행됐다. 그에 따른 마찰이 최근 잠잠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또 다시 경쟁력과 실용성을 내세우며 대대적인 예술대학원 학과개편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정확한 정보조차 얻지 못했다. 소문이 들려와도 오히려 행정실 측과 교수들은 쉬쉬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예술대학원지원팀 측은 폐과되는 전공의 졸업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이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이제 학생들을 보호할 제도적인 울타리가 사라졌기에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편, 본교는 검단 신캠퍼스 추진과 관련해 인천시와 MOU(양해각서)를 다시 체결했다. 그간 불거져왔던 안성캠퍼스 이전과 서울캠퍼스의 공간 부족 문제들에 대해 최소한의 걱정이라도 덜어주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하지만 어느 학과가 이동하게 될지 구체적 계획이 없다는 본부의 말은 퍽 의심스럽다. 이는 모든 학과에 개방돼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학생들의 의견을 묵과하고 졸속으로 이뤄질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연세대 송도캠퍼스의 경우, 1차 준공을 마치고 부분 개교에 들어간 지금,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이전 준비가 완료되지 않아 문제점이 예상되고, 신입생들이 선배들과 분리돼 학교 생활을 한다는 것에 학생들은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데 학교와 인천시가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식 대학 경영”, “교육 소비자”라는 표현이 흔해진 지금이지만 적어도 학생들이 있기에 대학이 존재한다는 명백한 사실을 인정한다면, 학생이 속해 있는 학과와 학생이 이용하는 공간을 결정하는 문제를 그리도 쉽게 자르고 옮겨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학교 정체성을 재고한답시고 올바른 UI(University Identity) 사용을 홍보하고 있는 학교 당국의 ‘편리한 사고방식’이 애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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