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환 /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들 사이에 ‘우리는 위기의 남자들’이라는 농담이 있다.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강연 기회가 많아지고 경제가 회복되면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강점은 경제 위기 때 빛난다. 경제 위기를 설명하는 데 마르크스 경제학의 강점은 무엇인가. 현재의 경제 위기를 두고 일부 우파들은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하층 사람들의 무절제한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가격 거품을 일으켰다고 지적한다. 일부 개혁가들은 금융기관의 무절제한 투기 행동과 감독 기관의 규제 실패에서 경제 위기의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마르크스 경제학은 경제 위기가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모순 그 자체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본다. 

  개인의 합리성만을 추구하는 주류 경제학과는 다르게 마르크스 경제학은 인간이 사회적인 존재로서, 즉 일정한 사회 계급의 성원으로서 행동하게 된다고 본다. 마르크스 경제학은 오늘날의 경제를 단순한 시장경제가 아니라 자본주의로 파악한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해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라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는 사회 변동의 원리도 내놓는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생산 양식을 발전시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생산양식은 더 이상 생산력 발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된다. 혁명이나 개혁에 의한 새로운 생산양식의 등장은 생산력 발전을 추동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것은 인간들 사이의 계급투쟁이다. 주류 경제학이 단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내부의 여러 변수의 움직임을 정태적으로 분석하는 데 그치는 것과 대조된다. 

                                              이윤의 원천과 공황의 원인 

  <자본론> 등에 담겨 있는 마르크스 경제학의 핵심은 가치법칙, 잉여가치론과 공황이론이다. 마르크스는 상품의 가치는 투하된 노동량의 크기에 의해 결정되고 가격은 가치를 화폐로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자본가가 노동자를 고용해 일을 시키면 노동자는 노동력의 가치, 즉 생존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생활 물자의 가치 이상을 생산한다. 이것이 바로 잉여가치이고 이윤, 이자, 지대 등은 모두 이 잉여가치에서 배분된 것이다. 

  자본가들은 이윤을 늘리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더 좋은 성능의 기계를 도입해 생산비용을 절감하면 다른 자본가보다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경쟁의 결과 생산력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생활수준은 이전 시대에 비해 크게 향상된다. 처음으로 기술적 혁신에 투자한 자본가는 초과이윤을 얻을 수 있지만 이 기술이 일반화되면 이 초과이윤이 더 지속되지 못한다. 경쟁적 투자는 결국 임금에 비해 시설과 원료에 대한 투하자본을 크게 키우지만 그만큼 잉여가치를 증가시키지는 못해 결국 이윤율이 하락한다. 이윤율이 하락해 투자가 위축되면 공황이 온다. 공황으로 실업이 증가하고 많은 기업이 도산하면 과잉생산이 처리돼 경기는 다시 살아난다. 마르크스는 주기적인 공황과 실업으로 노동자 계급의 삶이 파괴되면 혁명운동이 성장해 자본주의를 변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케인즈주의 거시경제정책으로 경기순환이 완화되면서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하기도 했으나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초반에 이윤율 하락에 따른 투자 위축이 심해져서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통화발행을 늘려도 투자증대 효과는 없고 물가만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초래된 것이다. 이에 대응해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자본가들은 1980년대부터 세계화, 감세,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사회복지 축소 등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노선으로 전환해 투자 활성화를 통한 불황 극복을 꾀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자본가와 관리자를 포함한 최상위 계층은 크게 부유해졌지만 나라 전체적으로는 큰 비용을 치르게 됐다. 국내 제조업투자는 위축됐고, 빈곤과 불안정 고용이 확대돼 가계와 정부 부채는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공산품 수입과 해외 자금 유입에 대한 의존이 깊어졌고, 취약해진 글로벌 금융 체제는 달러의 힘을 위협했다.

  1980년대 이후 자본주의 국면의 특징이자 금융 위기를 초래한 직접적 원인인 금융 부분의 과다 팽창과 부채 누적은, 금융 자본의 탐욕 내지 투기나 가계의 무절제한 대출행동 때문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따른 소득분배 불평등 심화에 대한 정치가와 정책 담당자들의 의도적 대응이 누적된 결과였다. 정치가들은 자본가와 부유층의 조세 저항으로 복지재정을 위한 세수 확보가 어렵게 되자 저소득 가정과 중산층에 돈을 빌려주는 묘안으로 대중들의 불만을 달래려 했다. 저소득층이 가계 대출로 입는 소비증가와 주택보유의 혜택은 즉각적인 데 반해, 비용을 떠맡을 책임은 미래로 넘길 수 있으니 반대자도 없다. 부유층은 늘어난 저축을 투자하기를 원했고, 부유층의 예금과 투자를 받은 금융기관은 최대한 투자 기회 확대를 위해 정부에 로비해 금융 규제 완화를 관철시켰다. 이렇게 빈곤과 불평등 문제에 대해 금융적 수단으로 대처한 결과 부동산 거품을 일으켜 가계대출 부도와 금융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경제 위기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확인되듯이 마르크스 경제학의 자본주의 본질 파악과 동태적 분석은 유효하다. 마르크스 경제학 내에서도 많은 이론들이 나타나 구조적 변화의 내용과 경제 위기의 원인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마르크스 경제학은 소득분배, 이윤율, 투자, 경제 성장 등 여러 경제 변수들간의 인과 관계와 동태적 변화에 대해 더욱 정확한 모델을 구축하고 구체적인 통계를 통해 그 타당성을 입증할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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