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후 헤게모니를 손에 쥔 미국은 1944년 브레튼 우즈 체제를 통해 국제금융체제 운영을 실시했다. 이에 환율관리와 자본통제, 무역자유화를 위한 규칙이 서유럽과 제3세계를 비롯한 전 세계에 강제됐다. 이 때 미국의 ‘시혜적 헤게모니’를 통해 일본과 독일은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누린다. 그러나 70년대를 맞으면서 미국은 실물경제영역에서 일본과 독일에 뒤처져 무역거래에서의 우위를 점차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은 유럽으로 진출했고, 다시 미국으로 회수되지 못한 자본으로 인해 유로 달러시장이 성립된다.

  위기에 봉착한 미국은 이와 같은 상황을 이용했다. 미국이 변동환율제도를 동반하는 달러본위제를 선포함으로써 달러 이외의 통화들은 더욱 안정성의 위협을 받게 된다. 이를 전면적 세계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달러수요의 해결책은 국제금융질서 또한 전환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미국에 심어주게 되고, 미국은 유로 달러시장에서 생성되는 달러에 대한 민간 수요와 투기 수요를 미국 금융시장으로 확대·이전시키면서 거대 달러수요를 창출하며 국제 금융시장의 투기자본을 미국으로 유인한다.

  1970-80년대 미국의 새로운 개방 금융체제로의 전환은 신자유주의 사상과 함께 더욱 강력해진다. 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도래다. 현재 그리스의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국가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리스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유로존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프랑스, 독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은 그리스가 디폴트(국가 채무 불이행)를 선언할 경우 세계 경제에 끼칠 영향이 엄청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지난 4일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국민투표를 선언한 건 2차 구제안이 그리스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며 국민투표 철회를 발표하자 뉴욕의 증시는 기대감으로 인해 상승했고 일각에서는 그리스 정부의 무능을 비난했다.

  하버드의 경제학 교수인 대니 로드릭은 반복되는 그리스의 경제위기를 “‘세계경제의 트릴레마(삼자택일의 딜레마)’의 또다른 징후”로 진단했다. 이는 “경제적 글로벌화, 정치적 민주주의, 국민국가가 서로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며 “이 모든 것은 금융위기가 훨씬 깊은 것으로 밝혀졌고 해법도 복잡하다는 것”을 뜻한다.

                                                                       전민지 편집위원 | amber.je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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