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형래 /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

  최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조선TV, jTBC, 채널A, MBN이 MSO(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의 협상을 통해 15-18번의 채널연번을 사실상 확정 받았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종편 사업자들은 12월 1일 개국을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불과 보름을 남겨둔 개국 일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종편은 모든 유료방송에서 의무적으로 송출해야하는 ‘의무송신’ 채널이다. 그런데 아날로그 케이블TV에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송출할 수 있는 최대 채널수는 70개이다. SO들이 종합편성 채널을 송신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방송하고 있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 가운데 3개를 제외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SO에 방송되는 PP의 계약기간이 연말까지라 종편사가 연말까지 아날로그 케이블TV에서 방송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외에도 방송장비의 보급, 인력의 확보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종편사들이 12월 1일 개국 홍보에 열심인 까닭은 바로 광고와 협찬 때문이다. 광고주들이 대규모의 광고 집행을 하기 전에 광고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개국을 앞두고 제작중인 대작 드라마 등에 사전 협찬을 확보하기 위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종편의 출범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매체는 중소PP들이다. 광고주들이 집행하는 광고비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어딘가의 광고비를 줄여서 종편사들에게 줘야 하기 때문이다. 신문에서 종편으로 이동하는 이종 매체로의 광고비 이동은 그 유인이 크지 않고, 광고비 이동은 주로 동종 매체에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광고주들이 매체별로 광고 전략을 수립하기 때문이다. 매체영향력이 약한 중소PP의 광고비가 종편사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종편 출범을 앞두고 중소PP들의 시름이 깊어가지만 매체나 광고 관련 전공을 가진 출신 사회 초년생, 예비생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고용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종편 사업자 선정에 따른 직접 고용 효과를 종편 1개사 당 5천 명씩 2만 명의 고용이 늘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종편사의 직접고용은 1개사 당 500명이고, 나머지는 외주제작사, 콘텐츠 유통사, 광고사 등에 해당하는 고용 유발 효과이다.

  여기에 방통위는 고용유발계수엔 종편사의 출범으로 종편사 주변 식당의 매출이 늘어 고용이 확대되는 것도 포함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산출된 종편 당 500명의 고용창출 가운데 실질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사회초년생, 청년실업자들은 얼마나 있을까?

  종편사들은 각각의 사업계획서를 통해 367명(조선일보 종편)-500명(매일경제 종편) 가량의 인원으로 개국한다고 밝혔다. 또 중앙일보 종편은 외부 충원 60%, 자체 인력 30%, 신입 채용(인턴십 활용 등) 10%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종편사들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았을 때, 신규 채용 규모는 각 종편사당 50명 이하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때문에 종편의 등장은 신규고용을 창출하기보다는 기존의 시장 안에서 인재 스카우트 경쟁을 유발시켰다. 스카우트 대상은 주로 지상파 방송사이다. 지상파 출신 사장을 필두로 지상파 방송사에서 제작인력 뿐 아니라 경영, 출연진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직군에 걸쳐 스카우트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등쌀에 MBC의 김주하 앵커 등 몇몇 스타급 출연진들은 언론과 네티즌들에게 해명 아닌 해명을 하기도 했다.

  제작과 관리 인력의 외부충원 비율 60%는 종편사 당 300명 규모, 전체 천2백 명 규모이다. 이렇게 커진 외주제작시장을 감당하기 위해 외주제작사의 인력 충원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개국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천2백 명의 ‘경력직’ 인력 모집으로 인한 인력 품귀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고, 끝내 실현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외주제작사든 종편이든 일단 취업을 했다 치자. 

  그러나 이들 종편사들의 인력 운용 방식도 문제다. 이들 종편사들은 ‘창조적 아웃소싱’, ‘개방적 조직 운용’, ‘3진 아웃제’ 등을 표방하며, 경영의 효율화, 노동의 유연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필요적으로 노동 조건의 악화로 귀결된다.

  종편 사업자들이 제출한 콘텐츠 구성안은 지상파보다 ‘15분 빠른 뉴스’, ‘1시간 빠른 미니시리즈’, ‘이른 새벽 국제뉴스’ 등으로 이들의 사업계획서는 지상파가 경쟁대상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2009년 제작비 지출액은 7천7백35억 원이다. 2008년 9천3백59억 원 보다 17.4% 줄어든 수치다. KBS가 투여한 제작비는 2천5백80억 원, MBC(본사)가 천7백29억 원, SBS가 2천99억 원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제작비는 최적화되고 숙련된 제작시스템을 운영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비용이다.

  ‘지상파보다’를 외치는 종편채널의 초기 제작비는 시스템을 만들고, 고용된 노동자들을 시스템에 숙련시키는 비용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 이상의 비용이 투여돼도 그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상파만큼, 혹은 이상의 콘텐츠를 위해 연간 천6백억-2천억 원 규모의 제작비를 투여한다는 종편사들은 개국 이후 2-4년 만에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전까지는 큰 폭의 적자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각 종편사의 자본금이 3천2백억에서 4천억 원 수준이고, 종편 도입 후 2-4년 동안 광고수익이 크지 않을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OBS나, 이전의 iTV와 같이 수차례의 유상증자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국 2-4년 안에 수익을 내지 못하면 대규모의 해고와 함께 해고된 경력직 방송 노동자들에 의해 기존 방송사의 노동 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는 결국 종편사와 연관한 수많은 외주사들을 어려움으로 내몰아 방송 시장 전체의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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