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곤 /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굿 나잇, 앤 굿 럭>(감독 조지 클루니, 2005)
<굿 나잇, 앤 굿 럭>(감독 조지 클루니, 2005)
  ‘뉴스 맨’이라고 불리든, ‘기자’ 혹은 ‘저널리스트’라고 불리든 그러한 호칭을 얻는 것은 굉장히 명예로운 일이다. 그것은 좋은 기사를 쓰라고, 어렵더라도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굿 나잇, 앤 굿 럭>(감독 조지 클루니, 2005)은 언론인이라면 최소한 카메라 앞에서 거짓을 말하지는 말자고 이야기하는 영화다. 배경은 냉전이 한창이던 1950년대, 공산권의 위협에 대한 위기의식의 팽배함이 이른바 ‘매카시 광풍’으로 몰아치던 미국이다.  CBS의 전설적인 뉴스 맨, 에드워드 R. 머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정치권력이 만들어내는 뒤틀린 현실에 맞서는 언론인의 양심을 담아낸다.


  상원의원 조셉 매카시는 미정부 내에 2백 명 이상의 현직 공산당원이 활동 중이라고 폭로하고 사회 각 분야에 걸쳐서 대대적인 색출 작업에 열을 올린다. 시청자들은 매일 오후 매카시 상원의원의 입에서 나오는 ‘화끈한’ 소식을 날씨만큼이나 기다리고, 기자들은 권력 앞에 숨죽인다. 극에 달한 매카시의 레드 혐오증은 공산주의와는 아무 상관없는 무고한 사람들에게까지 정치색을 씌우는 사태로 번진다. 하지만 현실이 가혹할수록 언론인은 입 열기를 주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머로(데이빗 스트래던)는 뉴스쇼 ‘See It Now’를 진행하며 카메라 앞에서 담담하게 오늘의 미국을 이야기한다. 역사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며, 현존하는 권력이 무서워 입을 다물고 있으면 당장 피할 수는 있어도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고.

  매카시가 열띤 목소리로 공산주의자를 공격할 때, 머로는 차분하게 시청자들에게 말을 건넨다. 그리고 설복시킨다. 공산주의자로 몰린 억울한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그리고 행동에 나선다. 눈에 보이는 역사의 역류를 묵과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미디어가 현실보다는 시청률을 먼저 생각하고, 방송사가 국민보다는 정치권력을 먼저 돌아볼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차갑게 예고한다. 영화는 기자들에게 “잘 하고 있느냐”며, 그 명예로운 이름만큼 일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듯하다.

  뉴스 맨 한 명이 진실을 밝힌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이나 자본이 두려워 저항조차 하지 않는다면 영화 속 머로의 대사처럼 TV는 ‘번쩍이는 바보상자’, 신문은 ‘쓸데없는 종이’일 뿐이다. 언론의 책임은 권력의 그림자를, 사람들을 옥죄는 공포를 걷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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