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을 앞두고 사이버 이미지가 유행하던 1999년, 진정한 사이보그 뮤직비디오가 등장했다. 크리스 커닝햄이 제작한 뮤직비디오 ‘All is full of love’는 뷔욕의 찢어질 듯 처절한 음색과 차갑지만 강렬한 영상의 결합으로 대중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이 영상은 현대인의 소외를 신체의 붕괴, 변형, 확장 등 그로테스크한 표현 기법으로 표현했다. 또한 작품이 담고 있는 신체에 대한 깊은 통찰로, 뮤직비디오로서는 드물게 영국의 권위 있는 시각 디자인 단체인 D&AD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뷔욕, (감독 크리스 커닝햄, 1999)
 ■ 뷔욕, (감독 크리스 커닝햄, 1999)

  감독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 놓인 사이보그에 육체와 욕망, 생명을 굴절시킨다. 흰색의 차가운 컨베이어 벨트 위에 누워있는 로봇에 기계 공정이 가해진다. 신체가 조립되고 나사가 조여지는 동안, 지극히 인간적인 얼굴을 가진 사이보그가 노래한다. “사랑을 얻을 거예요. 누군가 당신을 돌보고 당신을 사랑할거예요. 그 사실을 믿어야 해요” 이때 기관과 기관 사이를 흐르는 액체는 마치 하나의 기계에 인간과 같은 생명을 부여하려는 듯 로봇의 신체 곳곳에 침투한다. 로봇은 여성의 육체적 특질을 지닌 사이보그가 된다. 그리고 자신과 동일한 육체를 가진 사이보그와 사랑을 나눈다. 이들은 서로 번갈아가며 노래한다. “사랑이 가득 있답니다/그대가 받으려고 하지 않을 뿐이죠”, “사랑이 가득 있답니다/당신의 문이 모두 닫혀 있었던 것일 뿐이죠” 그들이 키스를 하는 동안에도 기계들은 로봇을 계속 조립하고, 두 사이보그 사이에는 전선에 부어졌던 액체가 다시 흐른다. 사이보그들의 사랑을 통해 생명이 탄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감독은 신체 이미지를 인간의 것으로만 국한시키지 않고, 기계 이미지로 탈신체화 했다. 여성적 특질로 표현된 사이보그의 신체는 남성적-기계적-억압적인 기존의 체계에 대한 저항으로 독해된다. 또한 여성의 특질을 지닌 사이보그의 에로스적 요소를 통한 강한 동성애 코드는 생명성과 생명성의 결합을 의미한다. 일차원인 의미에서 여성과 남성의 교합으로서의 출산이 아닌, 여성 그 자체의 상징인 생명성의 결합은 초월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창백하고 공허한 공간에서의 기계 공정은 피상적으로 무생명성을 보이지만 사이보그의 피부색이자, 작품의 배경으로도 사용되는 흰색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순수함을 나타낸다. 그것은 사이보그의 욕망과 사랑의 순수함이다. 

  기계신체가 욕망을 가진다는 점은 우리에게 철학적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신체와 영혼이라는 이분법과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 대한 의문이다. 때로 4분 여의 짧은 뮤직비디오가 영화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박정민 편집위원  narannyoz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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