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 / 영상문화기획자

뮤직비디오는 영상예술로 소개되기보다 음악을 홍보하는 목적을 띠고 제작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창작자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1982년에 나왔던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은 뮤직비디오의 무한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알란 파커 감독의 ‘더 월’ 뮤직비디오가 텔레비전을 타고 전 세계로 방영되면서 핑크 플로이드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뮤직비디오 <더 월>은 알란 파커 감독이 만든 영화 <더 월>의 뮤직비디오 판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리더인 조지 워터스가 1979년에 작업한 록 오페라 더블 앨범 <더 월>에 수록된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1, part2, part3’를 중심으로 앨범의 서사를 영화로 제작했다는 것이 쉬운 설명일 듯하다. 프로그레시브록의 대명사인 핑크 플로이드는 많은 음악작업에서 사회비판적인 가사를 중심으로 반전, 반파시즘, 반제도교육 등의 주제를 담아왔었고, 지금까지 전세계 3위인 2천 3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용기 있는 발언에 열광을 했다.
 

  핑크 플로이드 <Another Brick in the Wall> M/V
  핑크 플로이드 <Another Brick in the Wall> M/V

영화 <더 월>은 어른으로 성장한 핑크(밥 겔도프)가 과거를 회상하며 사건이 전개되는 사회비판적인 성장영화다. 조지 워터스의 자전적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앨범 <더 월> 의 서사적 스토리를 뮤지컬 영화 형식으로 끌어내고 있어 영화 역시 지금까지 유래 없는 독특한 형식을 띠고 있다. 알란 파커 감독은 조지 워터스의 자전적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거의 대사 없이 음악으로 시퀀스를 나누고, 플롯을 통해 에피소드를 풀어내고 있으며, 대사는 핑크 플로이드의 가사로 대체한다. 가장 유명한 ‘Another Brick in the Wall’의 서사, 사건, 가사가 영화 <더 월>의 시퀀스, 플롯, 대사로 대체했다. 핑크 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1’ 뮤직비디오에서 교복 입은 학생들이 표준화된 기계 부품처럼 줄지어 컨베이어 벨트에 들어가 소시지가 되는 장면은 영화 <더 월>의 유년시절로, 이 장면으로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이 강력한 사회적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사회주의자인 알란 파커 감독의 성향이 그대로 살아난 이 뮤직비디오는 자본가의 노동자로 길러지는 근대적 교육제도를 비판하고,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회의를 드러낸다. 영화 전체를 보면 반전, 반파시즘, 사랑에 대한 열망과 불신, 전체주의와 제국주의를 경멸하는 관점이 역설적으로 담겨있다.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2’의 뮤직비디오에는 알란 파커의 사회비판적인 관점이 포함되어 있다.

핑크 플로이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번 추석에 영화 <더 월>을 보면서 핑크 플로이드의 감수성에 푹 빠져보길 적극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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