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책임간사

우리 사회에 노숙인은 얼마나 될까. 정부의 공식발표에 의하면 거리생활자 1,200명, 노숙인 쉼터 입소자 3,500명, 부랑인 시설 입소자 1만 명으로 약 14,700여 명이다. 이는 <부랑인 및 노숙인 보호시설 설치 운영규칙>에 명시된 노숙인과 부랑인의 개념에 따른 수치다.

그러나 이외에도 집계되지 않은 다수의 홈리스가 있다. 즉 매우 제한적인 구역 내에서의 집계방식으로 인해 피시방, 만화방, 사우나, 건물의 계단참, 철야 예배를 하는 교회의 한편이나 숙식이 제공되는 곳에서 잠자리를 찾는 사람들, 그리고 일세로 쪽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누락되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현대판 쪽방이라고 불리는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 기도원 등 미인가 시설에 의탁하는 사람들, 임대료 체납으로 퇴거 위기에 놓인 사람들 등 거리생활 위험 계층까지 합하면 전국적으로 7만 명에서 1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홈리스로 추정되고 있다. 허나 정부의 지원체계로 포괄되는 수는 눈에 보이는 거리 생활자와 노숙인, 부랑인 시설 입소자, 그리고 밀집 지역의 쪽방거주민 6천5백을 합친 1만7천여 명이다. 이들마저도 정부의 비가시화 정책 때문에 열악한 시설과 과밀한 거처에서 근근이 지내고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거처를 유지할 만한 소득이 없을 때 불안정한 장소에 머물게 되고, 가진 돈으로는 도저히 지낼 만한 장소를 구할 수 없을 때 거리로 내몰린다. 결국 소득 상실이 홈리스의 촉발요인이 되는 것이다. 더러는 병력이나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 속에서 가족들과의 관계가 악화돼 거처로부터 분리되기도 한다. 또한 인간성을 상실한 불법채권추심의 등쌀에 떠밀려 나오기도 하고, 교정시설이나 복지시설로부터 아무런 지원 없이 몸만 빠져나와 거리에 머물기도 한다. 아무 의지할 만한 가족 없이 덩그러니 몸만 남겨지기도 한다.

거리 노숙인을 지원하는 기관의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거리 생활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50세 가량이다. 이들은 30%가 고아원과 같은 시설을 경험했으며, 60%가 가족해체를 경험했다. 가난 때문에 18세 이전에 취업한 경우가 50%이고 14세 이전에 취업한 경우도 17%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의 생애는 누적된 빈곤, 그로 인한 취약한 가족구조, 부족한 인적자본, 불안정한 일자리로 점철되어 있다. 

외환위기 이후 거리 생활자 수가 급증한 것은 실직 등 소득 중단 상태가 주거상실로 직결됐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는 우리 사회에 그들을 보호할 만한 안전망이 없는 상태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의 <사회보장기본법>에서는 ‘사회보장이란 질병, 장애, 노령, 실업,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빈곤을 해소하며 국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제공되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복지서비스 및 관련복지제도를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회보장법은 사회안전망으로써 광범위한 부분을 포괄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국민건강보험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개정은 60년에서 90년대 사이에 이뤄졌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제대로 된 형태는 1990년대 말이나 돼서야 갖춰졌다. 결국 지금 홈리스의 다수를 차지하는 50세 전후의 사람들은 사회보험 공백기를 지나 현재를 맞게 된 것이다.

한편 구빈책으로써 대표적인 공공부조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이전 생활보호제도와는 달리 수급권의 보장과 급여수준의 향상을 달성했다고는 하나, 안타깝게도 극빈의 상태인 홈리스에게는 문턱이 너무 높다. 허울뿐인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기준이 적용되어 안정적인 주소가 없다는 이유로 신청에서 탈락하거나 신청조차 받아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시설이나 서비스도 문턱이 높긴 마찬가지다. 기존 복지시설뿐만 아니라 노숙인 및 부랑인 보호시설 수도 부족할 뿐더러 규모의 경제논리에 의해 소규모시설은 통폐합 되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거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전무하다. 관련 복지제도로써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4%정도로 네덜란드 35%, 스웨덴 23%, 영국 18%, 프랑스 16%, 미국 7%에 비해 아주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시작하긴 했지만, 홈리스에게는 보증금과 임대료 및 공과금을 대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사업의 실효성도 높지 않다. 또 다른 문제는 도시빈민이 접근 가능한 저렴 주택(무보증월세라는 점유형태가 접근성을 높일 뿐 실상 주거비는 저렴하지 않다)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쪽방밀집지역은 재개발사업으로 해마다 철거가 단행되고 있고 이는 다른 지역의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용이 양극화되는 상황에서 중·고령, 저학력, 미숙련의 취약계층들이 머물 수 있는 일자리는 매우 제한적이다. 공공근로, 자활근로가 제공된다 하더라도 기간의 제한, 낮은 급여 등이 여전히 문제다. 결국 우리 사회가 가진 사회안전망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극빈층을 흡수하도록 주소지가 없어도 신청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추고 부양의무자기준 등을 완화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주거 제공의 방식을 민간과 함께 도모해야 한다. 거리 생활은 결코 선택이 아니다. 내몰리는 상황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 줄 사회안전망은 어느 개인이 아닌 사회의 이름으로 국가에 요구할 때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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