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순 / 법학전문대학원 석사과정

지난 10월 2일, 약 310조 원 규모의 2011년도 국가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됨으로써 예산안 심사의 막이 올랐다. 국가의 총 생산을 나타내는 GDP가 2009년에 약 1천63조 원 가량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그 30%에 달하는 예산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같은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과연 꼭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지난 2년간 국회에서 근무하면서 국가예산의 결정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특히 작년 말 4대강과 세종시라는 거센 파도로 인해 ‘국민을 위한 예산결정’이라는 대전제가 침몰하는 것을 목도하며, 아직도 후진적인 예산심의과정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연구와 이에 따른 제도적 보강이 시급함을 절감했다. 더욱이 이러한 예산의 왜곡이 일시적인 것이 아닌 정부 수립 이래 계속되어온 고질적 병폐라는 점에서 예산결정의 시스템 측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예산의 왜곡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 결정과정에 개입하는 관료집단과 국회의원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관료집단의 측면에서 예산과정을 살펴보자. 정부 내에서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각 행정부처별 지출한도가 포함된 예산안 편성지침을 작성하면, 각 부처는 그 한도에 맞춰 예산을 작성하고, 이를 기획재정부가 최종 조정하여 국회에 제출한다. 니스카넨은 합리적인 관료라면 자신과 소속 부처의 권력을 증대시키고자 예산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고 노력한다는 재정규모 극대화 모형을 제시한 바 있고, 우리나라의 예산편성과정 역시 이 모형에 들어맞는다. 즉,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곳이 아닌 자신과 소속 부처의 이해에 맞게 예산을 편성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예산의 첫 번째 왜곡이 발생한다.

다음으로 헌법에 따라 예산을 심의·확정할 권한을 가진 국회, 특히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위원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년 임기에 50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특히 최종적으로 예산을 결정하는 계수조정 소(小)위원회가 예산안을 심의하는데, 이때 국익과 국민을 위한 결정보다는 국회의원 자신의 소속정당이나 지역구 이익에 따른 결정이 이루어지기 쉽다. 자신의 국회의원 재선을 최우선의 목표로 하여 모든 의사결정을 하는 국회의원들은 공천권을 쥐고 있는 소속정당과 주민의 표심을 잡기위한 지역구 내 현안사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로부터 예산의 두 번째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예산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버스에서도, 점심 때 먹은 쌀밥에서도 그리고 이 곳 학교에서도 국가예산은 상존해 있다. 이러한 예산을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첫 단추일 것이다. 지난 달 시작된 국회의 예산심의가 이달 초 결정을 목표로 현재 진행 중에 있다. 국민들은 국회의 예산심의과정을 지켜보면서 누가 예산을 왜곡하는지, 혹은 그 왜곡을 막아주는지 판단하고,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과 정당들을 심판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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