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5.5 화 23:34
기획사회
성역이기를 포기한 병원과 대학우석균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박민정 편집위원  |  dentata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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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호]
승인 2010.09.30  00: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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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촛불운동 이후 한국사회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를 꼽으라면 ‘민영화’라는 말에 대한 대중적 인식의 변화를 들고 싶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민영화 또는 사유화는 이른바 ‘관영’의 반댓말, 즉 좋은 의미로 인식되는 단어였다. 그런데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공기업의 대대적인 민영화를 계기로 민영화 반대운동이 시작되고, 결정적으로 2008년 대규모 거리 대중시위 이후 ‘민영화=나쁜 것’이라는 등식이 대중적으로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촛불운동 당시 구호로 외쳐진 것만 보더라도 ‘의료민영화’ 반대, ‘물·가스·전기 민영화’ 반대 등이 있었고, 최근의 인천공항 민영화 반대 운동도 그 연장선 위에 있는 운동 중 하나다.

2008년 의료민영화 반대를 외치면서 내세웠던 구호는 건강보험당연지정제 반대, 영리병원 허용반대, 민영보험 활성화 반대 등이었다. 한마디로 건강보험을 지켜야 하고 병원이 주식회사가 되어서는 안되며, 국민건강보험대신 민영의료보험이 판을 치는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마이클 무어, 2007)가 우리의 현실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즉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고 건강보험증을 어떤 병원에서나 다 받아주고 민영의료보험을 더욱 활성화 시키지 않는다면 의료민영화는 일어나지 않을까. 최근 필자가 일하고 있는 보건의료단체연합에서는 각자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의료상업화 현실에 대한 토론회를 가진 바 있다. 모두들 느끼고는 있었지만 막상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들어보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료민영화, 의료상업화 현실은 너무나 심각했다.

수치만 몇 개 들어보자. 한국에서 2007년 시행된 척추수술은 일본의 일곱 배 정도다. 과연 한국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보다 허리가 일곱 배나 약할까. 원인은 척추전문병원의 급증과 척추수술의 급증이 정확히 비례한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한마디로 과잉진료가 원인이다. 이러한 예는 최근 급증하는 무릎수술이나 갑상선 암 수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마 고등학교에서 일등부터 꼴등까지 성적이 적힌 벽보가 커다랗게 나붙었던 날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학병원을 포함한 상당수 병원의 과장들도 이런 경험을 한다. 그들은 자기 이름뿐만 아니라 병원의 모든 의사들의 이름과 그들의 수입이 일등부터 꼴등까지 적힌 메일을 받는다. 그리고 그 수입에 따라 월급이 정해진다. 이른바 인센티브제도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에게 ‘인술’을 기대할 수 있을까.

간호사들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보다 한국 간호사의 그것은 여덟 배나 많다. 한국의 간호사들은 백의의 ‘천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날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반창고 적게 쓰기, 주사 한 번에 알콜 솜 하나만 쓰기 등은 보통이다. 피가 좀 더 나오는 환자들은? 그건 환자들 사정이다. 간호사들의 동선은 발달한 IT 기술로 모두 파악된다. 그 중 가장 빠른 간호사를 기준으로 다른 간호사들을 평가한다. 날개가 두 개로는 부족할 상황이다.

대형병원들은 환자에 비해 병실이 모자라다 보니 아직 가스도 안나온 환자에게 식사를 시작하라고 하거나 배액관을 뽑지도 않은 환자를 퇴원시켜 재입원하는 환자가 부지기수다. 반면 중소병원들은 빈 병실을 채우려고 퇴원해도 될 환자들을 붙잡아 놓는다. 환자들의 건강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건강보험재정이 매년 물가의 3.5배, 즉 13%씩 급증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건강보험재정이 견디지 못해 결국 그 보장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OECD 국가의 공립의료기관 비율은 평균 70%쯤 되지만 한국은 7%에 머물고 있다. 공적 건강보험 보장성은 OECD 평균이 73%인 반면 한국은 55%다. 더욱이 한국은 전국민 건강보험을 하는 나라 중 유일하게 ‘행위별 수가제’를 의료비지불제도로 채택하고 있는 나라다. 다른 나라들은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제도라고 해서 이를 폐지하고 일년에 쓸 수 있는 돈을 미리 정해놓는 ‘총액예산제’를 도입한지 오래다. 게다가 한국은 지역편중도 심각해서 전국의 암 환자 중 30-50%가 서울에 있는 병원에 와서 치료를 한다. 민간병원의 과잉경쟁으로 인한 과잉투자와 과잉진료를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병원이 망하지 않는 이유는 보건의료분야는 수요를 창출하는 공급자 주도시장의 대표격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은 의료민영화가 너무도 심각하게 진행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가는 것을 겨우 막고 있는 최후의 보루가 건강보험당연지정제와 영리병원 허용불가, 민영의료보험과 병원의 직접계약을 막고 있는 제도들이다. 의료민영화는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지금의 제도를 지켜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병원을 공립화 또는 준 공립병원으로 만들어 상업적 의료행위를 막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외국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대학이 이미 기업이 된 것처럼 병원도 이미 기업이 되었다. 말로만 비영리법인일 뿐 병원과 대학이 영리기업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학교와 병원이 상업화의 첨단을 걷고 있는 나라의 미래는 과연 어떠할까. 이 사태에 관해 무엇보다 대학인들의 성찰, 아니 행동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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