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석사과정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일이 끝나면 곧장 흑석동으로 간다. 피곤하긴 하지만 나는 학교에 가는 것이 좋다. 지친 몸을 단단하게 해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때론 직장과 학교를 병행하는 것이 버거울 때도 있고, 과제나 발제일이 되면 종종 일하는 곳에서 급히 과제를 할 때도 있다. 대부분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는 날은 목요일이다. 그래서 목요일은 언제나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목요일 저녁에는 전공을 듣는다. 지난 학기 수업 중 가장 기억나는 전공과목은 '국어사'다. 학부 때에도 공부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수강 하는 것이 망설여졌고,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항상 긴장하곤 했다. 이 수업에서는 매번 질문들을 만들고 발표를 해야 했다. 발표는 한 파트를 정해서 시대별로 정리하는 것이었다. 한 지문, 한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옛날 고서적인 월인석보, 석보상절, 법화경 등의 해석본을 찾아 분석해야 했고, 하나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자료를 뒤적이고 여러 도서관을 뛰어다녀야 했다. 때론 쓸데없는 자료를 찾기도 해서, 뛰어다닌 보람도 없이 이면지만 수북이 쌓여 가기도 했다. 팀플을 위해 주말도 반납해야 했던 나는 주말의 화려한 약속들을 뒤로한 채 쓸쓸히 학교로 걸어나오곤 했다. 일주일동안 정리하고 모았던 자료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국어교과교재연구법’ 과목은 ‘교과서의 위대함’을 알려준 시간들이었다. ‘왜 이렇게 교과서를 형편없이 만든 거야! 나라면 이렇게 안 만들어’하며 개정된 교과서들을 볼 때마다 혀를 찼던 나의 거만함을 이 수업은 와장창 깨주었다. 교재를 만들면서 지식을 어떠한 방식으로 구성하고 나열할 것인지, 어떤 내용을 선택하고 배제해야 할 것인지, 선택된 단어나 예문들은 적절한지, 이론이나 실재, 어느 한쪽으로 치중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교재의 학습목표대로 교재가 충분히 연계되었는지, 흥미·동기유발 요소는 있는지, 그림이나 시청각 자료가 부족하지는 않은지, 디자인은 괜찮은지 등 교재를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가치 있는 지식들을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교재의 몫이자 또한 나의 몫이었다.
   감히 학생들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곤 한다. 그저 지식을 나열해주는 선생님이 아닌 학생들과 소통하는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배운 것들을 쉽고 재밌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번 학기에는 그 고민을 풀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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