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직 /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뉴턴은 1687년에 출판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라는 세 권의 책을 통해 운동법칙과 중력법칙을 발표했다. 뉴턴역학은 물리학을 비롯 화학이나 생물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근대 과학의 바탕을 이뤘다. 18-19세기 과학자들은 뉴턴역학에 오류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뉴턴역학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뉴턴역학을 다루는 과학자의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운동 방정식을 풀어내는 과학자들의 능력이 향상되면 자연의 모든 현상은 뉴턴역학으로 설명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시세계의 발견

 


   그러나 19세기 말부터 고전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중의 하나가 흑체복사의 문제였다. 물체가 내는 전자기파에는 외부에서 받은 빛을 반사하는 반사파와 스스로 내는 복사파가 있다. 외부에서 표면에 도달한 전자기파는 모두 흡수하고 자신이 내는 전자기파만 외부로 내놓는 물체를 흑체라고 한다. 19세기 말의 과학자들은 흑체가 내는 전자기파의 세기가 파장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흑체복사를 설명하기 위해 대담한 가정을 했다. 에너지가 모든 값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최소 단위의 정수배로만 주고받을 수 있다는 가정이었다. 다시 말해 에너지가 양자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 양자화 가설을 바탕으로 흑체복사 문제를 해결했다. 덴마크의 닐스 보어는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들의 에너지가 양자화 되어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원자모형을 제안하여 수소 원자가 내는 스펙트럼을 설명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현상들은 뉴턴역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뉴턴역학에서 다루는 물리량은 모두 연속된 양이다. 에너지가 10에서 20으로 증가할 때는 10과 20 사이의 모든 에너지 값을 거쳐서 20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흑체복사의 문제나 원자가 내는 스펙트럼은 ‘에너지는 양자화된 양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만약 에너지를 비롯한 모든 물리량이 불연속적인 값만을 갖도록 양자화되어 있다면, 그것은 고전물리학의 종말을 의미했다. 고전물리학으로는 양자화된 물리량을 다룰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에너지 최소 단위의 크기가 매우 작아서 우리가 살아가는 큰 세상에서는 양자화의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물리량이 연속적인 양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해도 별 문제가 없다. 이런 세상에서는 고전물리학도 쓸모가 있다. 하지만 크기가 작아 양자화의 효과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시의 세계에서는 연속된 물리량을 다루는 고전물리학이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었다. 따라서 20세기 초 물리학자들은 양자화된 물리량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물리학을 발전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양자물리학이라는 말은 불연속적인, 다시 말해 양자화된 물리량을 다루는 물리학이란 뜻이다.  

 

 

빛과 전자의 이중성과 확률 파동


   양자물리학을 발전시키는 일은 빛의 성질에서부터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를 설명하는 논문을 통해 빛이 입자의 성질을 가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렇다고 빛이 가지고 있던 파동의 성질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결국 빛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가지는 이중성을 가진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프랑스의 드브로이는 빛뿐만 아니라 전자와 같은 입자들도 파동의 성질을 가진다는 물질파 이론을 내놓았고 그의 주장은 곧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빛이나 전자와 같은 입자가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가진다는 사실은 양자화된 물리량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입자는 연속적인 물리량만 가질 수 있지만 파동은 띄엄띄엄한 물리량을 가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입자의 행동을 파동함수를 이용하여 기술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1926년 오스트리아의 슈뢰딩거는 입자가 가지는 물리량을 포함하고 있는 파동함수를 구할 수 있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제안했다. 주어진 조건 하에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 파동함수를 구하면 입자가 어떤 물리량을 가지는지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양자물리학은 파동함수를 이용하여 양자화된 물리량을 다루는 물리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곧 파동함수는 확률적으로 해석되었다. 주어진 조건 하에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서  є1이라는 물리량을 가지는 파동함수 Φ1 є2라는  물리량을 가지는 Φ2라는 파동함수를 얻었다고 가정해보자. 양자물리학에서는  є1라는 물리량을 가질 확률이  │ψ 1│1이고,  є2라 는 물리량을 가질 확률은  │ψ 2│2이라고 해석한다. 다시 말해 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 구한 파동함수는 실제 전자의 파동이 아니라 확률파동이라는 것이다.
   이런 확률적 해석은 많은 과학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런 해석을 싫어한 대표적인 사람은 빛의 이중성을 밝혀낸 아인슈타인과 파동역학을 완성한 슈뢰딩거였다. 양자물리학 발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이 양자물리학을 반대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들은 자연법칙을 확률로 해석하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자물리학은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확률로써 기술하는 물리학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양자물리학이 반대자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미시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설명하는 데 크게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전자가 인간을 위해 많은 일을 해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만 누르면 전자들이 그림을 그려주거나, 음악을 들려주며, 도서관에 보관된 자료를 보여 주기도 한다. 이렇게 전자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양자물리학을 통해 우리가 전자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양자물리학에는 아직 우리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그것은 우리의 상식이 미시 세계의 경험이 아닌, 큰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경험으로부터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제 양자물리학을 통해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미시의 세계를 엿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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