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 서양화학과 석사과정

  누구에게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매일 산꼭대기 단칸방을 오르내리며 지팡이 도장을 찍는 할머니에게도, 꿈을 이루기 위해 상경한 부산 청년에게도, 삶은 쉽지 않은 여행이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희망을 품고 음악이라는 휴식에 의지하며 오늘을 보낸다. 또 다른 오늘을 견뎌낼 수 있도록 풀린 다리에 힘을 실어주는 밴드 ‘하찌와 TJ’를 소개한다.
 꾸밈없는 음악만큼이나 정직한 이름을 가진, ‘하찌와 TJ’는 일본인 기타리스트 하찌(가스가 히로후미, 56)와 걸쭉한 사투리의 부산 청년 TJ(조태준, 32)로 이루어진 듀오다. 사물놀이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건너와 있던 하찌는 가수의 꿈을 포기한 채 음향기사로 일하던 TJ의 노래를 우연히 듣고 그에게 밴드결성을 강요(?) 한 끝에 ‘하찌와 TJ’를 결성하였다……는 다소 무협영화같은 탄생 비화까지 갖춘 팀이다. 
보사노바, 폴리네시안, 기타팝,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데뷔 앨범 <행복>은 사실 특정장르로 규정짓고 분석하기보다는 두 사람의 자유로운 호흡에 귀를 맡기면 되는 편안하고 하늘하늘한 앨범이다. 가사 또한 소소하고 일상적인 내용과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차 있다. 수록곡 모두가 단출한 악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는, 어느 곡 하나 빠뜨릴 것 없는 명반이다.
 그럼에도 굳이 한 곡을 추천하자면, 4번 트랙 ‘집으로 가는 길’을 꼽고 싶다. 잔잔한 특유의 서정성을 잘 살리고 있는 이 곡은 가사와 멜로디, 리듬의 적절한 조화가 돋보인다. 특히 ‘올라야 하루가 가고, 올라야 별이 뜨는 곳’같은 서정성 가득한 가사는 이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정서가 아닐까 싶다. 또한 전주와 간주에 등장하는 하모니카의 묘한 향수, 전자기타의 부드러운 반주가 어우러져 집으로 가는 길에 들으면 너무나 좋을 곡이다. 가수 알렉스가 불러 화제가 되었던 ‘남쪽 끝 섬(1번 트랙)’,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듯이 청량한 ‘보라색 밤과 작은 별(7번 트랙)’, 사랑하는 연인과 손잡고 듣고 싶은 ‘우리두리(11번 트랙)’도 각별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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