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우 / 영화평론가

주인공 마이크는 태생부터 화성과 지구의 ‘사이-존재’였다. 화성을 향하던 최초의 탐사선에서 태어났고 화성인들의 품에서 키워진 후 지구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1961년도에 발간된 <낯선 땅 이방인>은 이상세계에서 자란 한 청년이 자본주의의 악폐로 뒤덮인 지구를 개조하기 위해 ‘하계여행’하는 이야기다.


명상가이며 초능력자인 마이크는 세계를 뒤흔들만한 사건을 단계적으로 만들어 가는 한편, 작가의 분신인 쥬발 허쇼는 관찰자이자 마이크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 화성인들은 알, 애벌레, 젖먹이, 어른 그리고 원로라는 다섯 단계로 성장한다. 애벌레는 모두 암컷이며 젖먹이 이후는 모두 수컷이고 원로는 조상의 영혼이다. 화성사회를 마이크를 통해 알게 된 후, 허쇼는 지구의 사유재산제도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화성인들은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네. 수많은 연로한 시민들, (중략) 그들이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을 가리켜 ‘재산’이라고 부른다면 모를까.” 허쇼는 이렇게 조상에게 모든 재산을 귀속시키고 무소유로 살아가는 독특한 공산주의를 친구에게 소개한다. 속도 문명과 성을 연결시키는 논리 또한 독특하다. “인간의 지칠 줄 모르는 성급함은 시간을 다루기 위한 수학적 필요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성적 양극성에 내재된 필사적인 절박함 때문”이다. 반대로, 화성인이 어떤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 몇 년(!)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은 주어진 성장단계에서 모든 사회 성원이 단성이기에 가능하다. 그리하여 기다림과 공감의 미덕을 지구인의 성적 양극성 속에서 구현하기 위해 마이크는 성 공동체 운동을 벌인다.
 

재화와 성에 대한 개인주의적 탐욕과 관료주의, 교회의 타락상을 이 소설처럼 재치있고 신랄하게 고발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 작품으로 SF계의 ‘빅 3’ 가운데 한 명인 하인라인은 세 번째 휴고상을 수상했으며, 60년대 중반 이후 미국 히피운동의 불을 지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원시 공산주의적이고 생철학적 외양을 띤 마이크의 대안 공동체에는 엘리트주의라는 위험요소가 있다. 그들이 지향하는 (성과 재화의) 집단적 평등주의는 어떤 이데아적 수직위계질서의 밑단에 매달린, 정신적 피라미드의 최종효과다. 지구 너머 피안세계(화성)에 거주하는 권위 있는 영혼은 마이크라는 사제를 거쳐 화성언어사전을 편찬하고 화성식으로 사고하는 법을 지구 대중에게 설파한다. 이런 심미화, 신화화된 정치사상은 플라톤이 전체주의 스파르타를 상업주의와 법정 소송으로 물든 ‘더러운’ 아테네의  대안 모델로 제시한 철인정치와 많이 닮았다. 우리에게는 영화로 더 친숙한 <스타쉽 트루퍼스>가 미래 사회를 군국주의 모델로 가정하고 있으며, 그 원작이 하인라인의 1959년 작품이었다는 사실도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놀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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