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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실 장학금 9백만 원이 증발했다(!) 1천만 원이 넘던 수익금 통장에는 겨우 2백여만 원만이 남았다. 아무도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몰랐으니까. 그러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했고 임시감사를 발의했다. 감사결과, 29대 대학원부총학생회장 남호식 씨의 업무상 횡령행위가 드러났다. 전산실 관리위원 장학금 9백만 원이 같은 학과 6인의 통장을 거쳐 남호식 씨의 개인통장에 5개월 간 보관되었고, 사업비, 인건비, 물품구입비로 전용된 것이다. 한편 행정실은 학기 초 지급해야 할 장학금을 11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한꺼번에 지급했다. 회계절차상 문제였다 치자. 남호식 씨가 9백만 원을 다시 수익금 통장에 넣었다면 희극이 되었을지 모른다. 아쉽게도 이야기는 막장으로 흐른다.

9백만 원에 대해 남호식 씨는 2백만 원 가량은 노트북 등 기자재를 구입했고, 또 2백여만 원은 3월 집행국 인건비로, 나머지는 태안반도 사업비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장학금이 전용되는 순간이다. 당시 회계국장 김현아 씨는 감사위원회 증언에서 그 돈이 그 돈인 줄 몰랐다 했다. 부총 개인통장에서 나온 사업비지만 회계담당자는 몰랐다(!) 그래서인가? 정기감사에서 그 흔한 영수증조차 제출하지 않았지만 무사히 통과했다.

초기 문제제기와 임시감사 발의를 맡은 조상현 씨 등은 자체 조사, 감사회의, 대리수령자 확인 및 통화, 관련자 소환, 감사자료집 발간 등을 수행했지만 현 원총은 철저히 외면했다. 인건비도 없는 42일에 걸친 초대형 감사였음에도 원총이 한 일은 6만 원의 회의비 지급이 전부였다. 약속한 감사보고서 출판도 미루어 오다 10부만을 제작했으며, 임시감사위원장이 제작해 보낸 임시감사보고서 PDF 파일의 홈페이지 등록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원총은 임시감사가 제안한 회칙 개정안을 유례없이 전체대표자회의 맨 마지막에 배치하여 정족수 부족에 따른 부결을 이끌어냄으로써(!) 자정노력을 스스로 폐기했다. 전 원총(30대)을 승계하겠다던 현 원총의 의리 때문인가? 수익금은 증발했고 책임지는 이는 없으며, 해당자들이 약속한 사과대자보 하나 없다.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하는 건 이런 사실이 대내외적으로 알려지게 되면 학생회 자치권이 손상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듯 대놓고 아무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는 현 원총이다. 지난 대학원신문(262호) 1면 포커스 기사는 원총회계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지적했지만, 정작 핵심적인 횡령사안에 대해서는 기계적 중립성을 고수했다는 성토가 크다. 묻자. 우리에게 자정능력이 있는가? 현 31대 원총회장 한상훈 씨는 임시감사 보고서의 제안보다는 학교감사를 고려중이라 했다. 주체가 스스로의 역량을 부정하는 방식도 참 여러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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