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귀보 /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GNR 혁명이 온다 : ②로봇공학의 지형도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1세기 전반부에 ‘GNR 혁명’이라는 것이 일어나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새로운 물결을 창조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번 기획에서는 GNR 혁명을 이끌어낼 핵심 분야인 로봇공학에 대해 그 발전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지 국내외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어느새 로봇은 인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로봇’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만화나 영화에서 보아오던 사람과 비슷한 모형의 로봇을 떠올리지만, 로봇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과거에는 주로 사람이 공장에서 하는 일을 대신하여 노동비를 절감하고 일의 효율성을 높이며 위험한 일을 대신 해주는 산업용 로봇이 생산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로봇 기술은 로봇을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제어하느냐가 기술력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로봇은 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로봇 기술들을 보면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일상생활을 돕는 서비스 로봇과 사회안전 로봇, 그리고 의료용 로봇 등이 그 예이다.
 

다양한 현대의 로봇들


이 중에서 가장 보편화된 서비스 로봇 가운데 하나가 청소용 로봇이다. 청소 로봇은 사람이 신경쓰지 않아도 작동만 시키면 알아서 청소를 하는 로봇으로, 미국의 iRobot이나 국내 기업으로는 한울로보틱스나 유진로봇 등이 개발 및 상품화했다. 로봇이 알아서 청소를 하는 것이 쉽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로봇이 이러한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장애물을 감지하기 위한 센싱 기술이 필요하며, 집안을 골고루 그리고 효율적으로 청소하기 위해서는 간단하게나마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고 집안을 돌아다니기 위한 알고리즘이 사용된다. 이처럼 현대의 로봇들은 보다 복잡하고 지능적인 일들을 수행하고 있다.

로봇이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 분야 가운데 다른 하나가 의료분야이다. 수술에 로봇을 이용함으로써 절개부위를 줄이고 수술 시간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전립선암을 제거하는 것과 같이 어려운 수술도 로봇 수술을 이용하면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로봇 수술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에서 개발한 다빈치 서지컬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의사들은 보다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수술을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로 지식경제부의 지원을 받아 수술로봇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 중에 있다.

조금 다른 의료분야로는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한 로봇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몸을 움직이고자 할 때 근육에서 근전도(EMG)라는 전기신호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신호를 분석하면 사용자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여 팔이나 다리가 없는 사람들이 그 신호에 따라 로봇 팔과 다리를 사용하여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미국의 RIC(Rehabilitation Institute of Chicago)가 대표적이며, 일본의 사이버다인 사에서는 HAL(Hybrid Assistive Limb)이라는 로봇슈트를 개발하여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걷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을 작은 힘으로도 가능하도록 돕는 근력증강로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직은 국내외의 기술격차가 크지만 국내에서도 재활공학연구소에서 관련연구가 진행 중이며, 인공 발을 개발하는 등의 연구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밖에도 국제적으로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사회적 불안감이 증가하면서, 카메라가 장착된 로봇을 이용하여 침입자를 추적하거나 포획하는 등 기존 방법보다 안정적이고 확실한 방법을 위한 사회안전 로봇에 대한 연구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로봇 산업의 전망


이렇듯 현대의 로봇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많은 대학과 연구소들에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새롭고 지능적인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들과 성과들을 볼 때 머지않아 로봇들은 우리와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게 될 것이며,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를 인식하고 심지어는 말하지 않아도 생각을 읽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가 하는 통화나 대화내용을 토대로 스케줄을 관리해 주거나 건강을 체크해주고 위험상황이 발생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는 지능 로봇이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지식경제부에서는 향후 10년 이내 신시장 창출이 가능한 분야에 대해 R&D 추진 전략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신성장동력 기술전략지도’를 지난 7월에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로봇응용분야를 신성장동력 13가지 중 하나로 선정, 로봇 시장의 성장에 발맞추어 세계적 기술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기술개발전략과 기술로드맵을 제안하고 있다. 아직은 국내외의 기술격차가 어느 정도 존재하고 연구 규모도 차이가 나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하여 로봇기술 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필자는 마지막으로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고자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에는 “어떤 한 사람이 자신의 뇌로 다른 사람의 뇌를 연구하여 결과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구절이 있다. 철학적인 접근에서 보면 맞는 말일지 모르나, 공학자로서 이런 명제에 대해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연구란 무관심한 부분이라도 뛰어들어 1%의 가능성이라도 열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2013년 세계시장 15% 점유, 총생산 30조 원, 수출 200억 불, 고용 10만 명, 로봇 3대 강국. 로봇 연구자로서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범국가적 지원이 따라야 하고, 로봇 연구자 또한 사명감을 갖고 로봇연구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지만, 인간 이후에 지구를 지배하는 종(種)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바로 로봇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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