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우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부른 ‘날치기 전대회’

 *  본 코너는 거침없는 비판을 위해 익명으로 글을 싣습니다.

투고 : coooo0@cauon.net


 지난달 23일, 상반기 대학원총학생회 전체대표자회의(이하 전대회)가 개최되었다. 전대회는 새롭게 선출된 31대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가 처음으로 각 학과 대표들과 만난다는 점뿐만 아니라, 30대 원총의 감사결과를 보고하고, 31대 원총의 사업 및 예산을 의결한다는 점에서 원총의 일 년 행사 중 가장 비중 있는 행사이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전대회의 준비와 진행은 그 수준에 있어 매우 참담하였다.
원총은 회의 준비단계에서 이미 10일 전 통보를 규정한 원총 회칙 제29조(소집)를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정치외교학과 이승복 원우가 회칙에 입각해 정당하게 이의제기를 했음에도 이를 간과하였다. 이는 현 원총이 민주적 조직의 최우선 가치인 ‘원칙존중’에 대한 불감증에 빠져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원총이 원칙의 소중함에 대해 조금이라도 인식하고 있었다면, 적어도 3~4일을 위해 원칙을 깨뜨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보다 더욱더 중대하고 치명적인 문제는 과연 원총이 전대회를 통해 예산안과 같은 중요 사안을 학과대표들에 ‘보고’하고 ‘의결’ 받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원총은 각 학과대표가 당연히 사전에 수령하여 검토해야 하는 전대회 자료집을 각 학과 대표들에게 미리 나누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회의 이틀 전인 4월 21일 홈페이지에 자료를 업데이트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조차 학과대표들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원총 회칙 제29조에서 대학원 전대회의 사전공지 기간을 10일이라는 기간으로 정한 까닭은 10일 전부터 이성친구와 약속 잡지 말고 술 약속 잡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보고 및 의결사항을 대표자들이 충분히 숙지하고 토론하며, 정당한 이의제기를 위해 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물리적인 시간, 즉 10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원총은 학과대표들로부터 예산을 심의·감사할 최소한의 시간을 임의적으로 박탈함으로써 학과대표의 예산심의기회를 사실상 원천봉쇄하였고, 이를 통해 회칙 제30조(권한)에 보장된 학과대표의 심의권이 중대하게 침해되었다.
과거 원총의 경우 LT가 끝나고 자료집이 발간되면 각 계열 대표들을 통해 개별학과 대표들에게 미리 자료집을 배포해 자료를 검토할 수 있게 했었다는 전례를 생각해 본다면 이 같은 문제제기는 절대 과한 것이 아니다. 결국 이날 단 한 건의 질문이나 이의제기 없이 고작 1분 만에 모든 예산안이 의결되었다. 물론 현 원총이 이 같은 날치기 의결을 통해 어떠한 사적인 이익을 취하고자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현재의 만연한 정치적 무관심이 재고되지 않는다면 제2, 3의 날치기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악용한 사례가 발생할 시 그 피해는 고스란히 2천600여 명의 대학원 원우들의 몫이 될 것이다. 원우들의 정치적 각성이 요청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