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연 / 문헌정보학과 석사과정

인생은 얼굴에 향기를 남기고
 

“살아있는 얼굴은 우리가 대하는 가장 중요하고 신비로운 외면이다(<얼굴>, 2003).”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서 얼굴 때문에 살맛난다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눈과 귀 각각 한 쌍, 코 하나, 입 하나 있으면 사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을텐데 죽어라 얼굴 덕을 보고자 기꺼이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하루종일 부지런히 일하는 손은 설사 못생겨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직접 보이지도 않는 얼굴에 대해서는 거울을 들이대고 평범하다거나 혹은 아름답지 않다며 항상 노심초사한다.
 

 

이러한 불안이 지나치면 심각하게는 신체이형장애에 이르는 경우도 있는데, 요즘 세상에는 가볍게나마 이러한 정신장애를 앓는 사람이 적지 않은 듯하다.

이 책은 우리가 이 시대에 왜 이러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는지, 동시에 그 고민이 얼마나 헛되면서도 자연스러운 반응인지를 철학적으로 또는 진화론적으로 풀어놓는다. 이러한 태생적·본능적 집착은 ‘후광효과’로 인해 덕을 보는 사람들로 설명되기도 한다. 말끔한 외모로 인해서 후한 첫인상 점수를 받는 것은 예사요, 말 못하는 아기들조차 아름다운 얼굴을 선호한다고 하니, 이는 어느 정도 생존과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즉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서 아름다워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얼마 전 우리 모두를 몸서리치게 했던 희대의 살인마의 얼굴. “도대체 어떻게 생긴 낯짝으로 그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한 번 보자”고 했던 사람들을 또 한번의 충격으로 몰고 갔던 것은 다름 아닌 ‘너무나도 선해 보이는’ 그의 얼굴이었다. 사람들은 아마 양쪽으로 길게 찢어진 매서운 눈매, 매부리 코, 상처 나고 검게 그을린 피부를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완벽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으나 믿게 되는 얼굴. 그 얼굴은 속고 속이는 이 세상에서 매우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우리는 흔히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남는다”고들 한다. 그렇지 않은 얼굴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래도 나는 대부분의 얼굴이 인생의 향기를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남들이 나의 얼굴을 통해 나의 마음을 봐주었으면 좋겠다. 순간순간을 잘 살아가고자하는 나의 의지는, 타인에게 좋은 기억을 주고 싶은 나의 마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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