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제위기가 심화시킨 자본주의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전세계가 고심하고 있다. 국가별 경제회생을 위한 대안책을 살펴보고 그 실효성을 분석해 봄으로써 이것이 한국경제에 시사하는 점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미국   ②유럽   ③일본   ④중국   ⑤한국


오바마 정부의 담대한 계획

2006년 하반기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발발한 경제위기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세계경제를 추락시키고 있다. 현재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3막으로 구성된 공포스토리의 최종막이 진행 중이다. 공포스토리의 1막이 부동산시장의 붕괴이고 2막이 자산시장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의 붕괴라면, 최종막인 3막은 실물위기가 전면화되면서 세계경제가 끝도 없이 추락하는 것이다.
3막의 실물위기는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성장률을 예측하는 많은 세계적인 경제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하향조정하고 있으며, 세계경제가 저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데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말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2.2%라고 발표했으나 올해 1월에는 0.5%, 2월에는 다시 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수정했다.
게다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주요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거나 급격한 경기위축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8년 4분기 미국은 -1%, 일본은 -3.3%, 유럽은 -1.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세계경제에서 생산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중국도 2008년 1/4분기 10.6%에서 2009년 1/4분기에는 6.8%를 밑도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경제의 상황은 아주 나쁘다. 미국경제는 아직까지도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의 붕괴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복구하지도 못하고 있다. 또한 제너럴 모터스(GM)의 파산가능성으로 상징되는 것처럼 실물위기가 급격하게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뱅크 오브 아메리카, 시티은행의 지급불능 위기로 대두될 수 있는 제2차 금융위기의 가능성과 이에 따른 달러가치 대폭락의 현실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제 삼중고에 대응하는 오바마식 해법


미국경제와 세계경제가 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인 나락으로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경기하락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세계경제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에서는 위기의 전개과정에서 입은 막대한 피해를 복구하고 향후 전개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력한 경제회복 정책들을 계획·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시 정부에 이어 등장한 오바마 정부는 당면한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변화의 기치를 내걸고 아주 담대한 계획을 세웠다. 미국경제가 이번 위기로 인해 주택시장의 붕괴, 금융위기와 실물위기의 삼중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삼중고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주택시장의 붕괴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대응은 주택가격의 급락을 막고 신용경색으로 주택압류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18일 발표된 ‘주택보유자 안정화 대책’은 오바마 정부의 주택시장 대책을 잘 요약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오바마 정부는 2천7백5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해서 주택보유자    9백만 명에게 주택담보대출 상환부담을 낮춰주고 집을 차압당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부실자산구제계획’을 바탕으로 7백50억 달러의 재원을 마련하고 모기지회사가 주택압류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한 가구당 최고 6천 달러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다른 한편 오바마 정부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보유한 부실 모기지를 최대 2천억 달러까지 인수함으로써 부실을 털어내고 모기지 금리의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다.
주택시장에 대한 대응과 함께 오바마 정부는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오바마 정부의 경제수장인 가이트너가 발표한 이 정책은 2조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액수를 투입해서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인수하고 자본확충을 지원하며, 기업과 가계에 대출을 지원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대책은 그동안 금융시장의 불안정 요인으로 지목되던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인수한다는 의미에서 금융시장의 안정을 회복하고 금융불안의 근원을 제거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 계획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연방예금보험공사, 민간부문이 함께 ‘민관투자펀드’를 만들어 부실자산을 인수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높이려 하는 것으로, 부실자산 인수에는 최대 1조 달러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금융안정기금’을 조성해 우선주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금융기관에 자본을 추가 투입하고 주택압류 방지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토록 했다. 그리고 긴급유동성 지원규모를 기존의 2천억 달러에서 1조 달러로 대폭 확대해서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원하는 금융안정 지원자금을 크게 늘렸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상하 양원을 통과한 ‘미국 회복 및 재투자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현재 진행 중인 실물위기에 적극 대응하려 하고 있다. 총 7천8백70억 달러 규모를 가진 이 법안은 크게 감세안과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95%의 미국인이 개인당 약 4백 달러씩의 세금환급을 받게 되고 이에 소요되는 예산은 2천8백억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감세를 통해 경기하락으로 인한 소비위축을 막고 경기부양을 꾀할 수 있게 된다. 다른 한편 5천70억 달러의 재정지출을 통해 실직자의 보험수당 지급, 건강보험 프로젝트 추진, 극빈층 지원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친환경적 산업의 육성을 위해 재생가능한 에너지 사업에 재정을 지출하며, 도로·교통·교육 등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여 향후 2년간 3백5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계획의 실효성은 아직 미지수


지금까지 세 가지 측면에서 오바마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책을 살펴보았다. 이 대책들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경제회생 방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응을 통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현재로서 이를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왜냐하면 오바마 정부의 계획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으며 이것이 현실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가능하다. 가장 먼저 지적해야하는 것은 오바마 정부의 대응이 얼마나 현실적이냐는 것이다. 현재 이 문제에 대한 대체적인 반응은 오바마 정부의 계획이 충분한 구제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구제책을 발표하면서 부실자산 인수와 관련된 평가기준이 정확하게 제시되지 못한 점은 향후 부실자산 인수와 관련된 기준을 둘러싸고 여러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기부양책과 관련해서도 7천8백70억 달러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서 경제를 회복시키기에 부족한 금액이며,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는 방어선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도 존재하는 실정이다.
향후 지속될 구제방안의 효과에 관한 논란을 별도로 하더라도 오마바 정부가 제시한 계획은 재원조달에 대한 명확한 방편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무려 3조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계획은 용두사미가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설령 3조가 넘는 돈을 조달한다고 해도 이 돈이 결국 미국 정부의 부채가 된다는 측면에서 향후 미국경제가 떠안아야 할 부담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보다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측면에서 오바마 정부의 계획이 가진 문제점이 있다. 미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달러를 공급하는 정책은 결국 이미 세계경제에 넘쳐나는 달러의 유동성을 더욱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결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선 달러 유동성의 급격한 팽창은 달러버블을 대규모로 양산하게 될 것이다. 미국 정부는 경제회복을 위해 막대한 달러를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으며 이는 실물적 가치와는 상관없이 달러의 세계화폐 기능을 활용한 달러 찍어내기를 통해 버블을 형성시킬 수 있다. 또한 달러 유동성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달러가치가 하락해 세계경제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위상이 낮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오마바 정부의 계획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긴급하게 대처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이며 그 실효성에 대해서도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내 경기부양을 위한 막대한 달러 유동성의 공급은 새로운 버블을 양산하고 장기적으로 달러 헤게모니를 기반으로 한 세계경제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오바마 정부는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더욱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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