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이론에서 제헌권력(pouvoir constituant)은 정치권력의 변화나 행사와 관련된 근본 규칙을 설립하는 권력을 의미한다. 그것은 주어진 국가의 새로운 헌법을 창출하는 행위로 나타난다. 이 헌법에서 파생되는 권력이 ‘제정(된) 권력’(pouvoir constitu?으로서 헌법에 기초해 주어진 권력을 행사할 수 있고, 또 주어진 헌법의 틀 내에서 필요한 개정을 행할 수 있는 권력이다. 안토니오 네그리는 이 두 가지 사법적 개념을 통해 기존 질서 속에서, 그것에 대항해 새로운 제도를 창안할 수 있는 다중의 역능을 사유한다. 즉, 낡은 질서를 뒤집어엎고 새로운 법적 규약과 새로운 삶의 형식을 부과하는 권력을.
  일반적 사법이론에서는 제헌권력이 권력의 공백기에 나타나지만 네그리의 제헌권력은 기존 권력이 온존하고 있을 때에도 작동한다. 사법이론에서 ‘constituant’는 ‘제헌적=헌법제정적’의 뜻이지만 네그리에게는 더 포괄적인 뜻으로, 사회적 노동의 협력적·소통적 네트워크들이 지닌 창조적 능력을 지칭하는 사회철학적이고 정치철학적인 함의를 갖는 뜻으로까지 사용된다. 나아가 그것은 존재론적 역능과 활력을 지칭하는 것으로까지 확장된다. 그래서 맥락에 따라 제헌권력은 ‘구성권력’ 혹은 ‘구성력’ 등으로도 번역될 만큼 폭넓은 의미를 갖게 된다(본문에서 제헌권력은 삶능력에, 제정권력은 삶권력에 상응한다). 네그리는 <제헌권력>(Il potere costituente, Carnago: SugarCo, 1992)에서 마키아벨리, 해링턴, 루소, 맑스, 레닌 등의 제헌권력 개념을 상세히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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