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미덕이 되어버린 21세기 사회에서 불안을 숙명처럼 떠안고 살아야 하는 계층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프레카리아트.‘불안정성’(precarious)과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를 합친  이 신조어는 ‘88만원 세대’를 지칭하는 20대와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신자유주의 시장중심 원리에 의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뜻한다. 투쟁을 벌일 상대도 모호하고, 개인의 힘을 모아줄 조직도 부재하다. 또 경쟁에 급급한 나머지 왜 ‘짱돌’을 들어야 하는지, 누구에게 던져야 하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주변상황이 이토록 모호한 가운데 개개인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불안에 내몰려 파편화된다. 실패를 하더라도 모든 원인을 자신의 능력부족으로 돌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2004년 이탈리아의 프레카리아트들은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모순을 타파하기 위한 운동을 조직했다. 과거 운동에서 노동자들이 적과의 투쟁을 위해 세력화되어 또 다른 타자를 소외시켰다면, 프레카리아트 운동은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연대’를 추구한다. 이 운동은 기존의 좌익도 우익도 아닌, 신자유주의의 폭주를 막기 위한 새로운 방법과 그 주체를 모색하기 위한 한 가지 실마리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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