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 과학칼럼니스트

 -헤이 킴. 많이 긴장되나? 다리를 떨고 있는데?
 -아, 캡틴. 긴장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죠. 다리 떨기는 단순한 버릇이지만…. 죄송합니다.
 -죄송할 게 뭐가 있어. 동양인은 소심하다더니 킴을 보면 역시 그래. 훈련 중에도 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봐, 넌 능력을 인정받아 뽑힌 최고 팀의 서브 리더라고.
 -하하, 그런가요. 그래도 출발 시간이 다가오니 긴장되네요.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그건 말로 표현할 수 없어. 그저 느끼는 거지. 솔직히 이번에는 나도 많이 긴장돼. ‘역사상 처음’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으니….
 -출발 직전에 이런 말을 하면 안 되겠지만, 만에 하나 잘못돼서 우리가 가지 못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망할까요.
 -역시 소심하다니까. 하지만 나도 그래. 달에 간 최초의 흑인 우주인, 이 말을 역사에 꼭 새기고 싶어.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 달에 간 최초의 동양인, 최초의 한국인. 이런 말들.
 -그러고 보니 우린 소수인들끼리 뭉친 팀이네요. 최초의 누구누구끼리 모였으니까요.
 -난 인종보다는 어디까지나 능력과 팀웍을 중시했어. 10대가 되기 전부터 꾸준히 우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해온 자네라면 알겠지?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으니까요. 그저 우주로 가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그러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협정 체결 소식을 듣고 만세를 불렀죠.
 -전에도 너희 나라에서 우주로 간 사람이 있지 않았나? 굳이 미국이 아니더라도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타면 되잖아.
 -어린 시절 엔데버호가 출발하는 영상을 본 뒤, 제 마음 속의 우주선은 우주왕복선 하나뿐이었거든요. 그리고 기껏 우주로 가서 우주정거장에서만 일주일을 보내긴 아깝잖아요. 이왕이면 달까지 가고 싶었습니다. NASA의 아폴로 계획이 제 꿈을 이뤄줄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어요.
 -야망이 큰 친구였군. 소심하다고 했던 말은 취소하겠어. 아니, 또 죄송하다고 하면 출발 후 열권으로 쫓아내버리겠어. 오로라 속에서 한번 놀고 싶나? 그러고 보니 고대하던 우주왕복선은 이미 은퇴해버렸는데, 섭섭하겠군.
 -더 운행하면 위험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죠. 원뿔형 아폴로도 나름 마음에 드는 걸요.
 -그 마음을 가지고 끝까지 가보자고. 우리 발자국을 뚜렷하게 새겨 놓고 오는 거야.
 -참, 캡틴.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달에, 태극기를 꽂고 와도 될까요?
 -당연하지! 허가한다.

▶위 글은 지난달 30일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우주항공 공동 협력의향서’를 바탕으로 구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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