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0.9 금 13:00
기획문화
자전거는 아침이다.
김정식 /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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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호]
승인 2008.10.23  18: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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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잠이 완전히 달아나지 않은 시간. 한강의 바람은 남동풍이다. 갈아입을 옷가지와 수건으로 무거워진 가방을 양쪽 어깨에 짊어진 채, 맞바람을 맞으며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 게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자전거로 통학을 시작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다. 급한 성격 탓에 무언가를 기다리는 걸 끔찍이도 싫어하는 내게 등하교길마다 꼭 한 번씩 거쳐야 하는 환승은 답답함과 초조함 그 자체였다. 특히 이번 학기에는 집에서 등교하는 일이 잦아져서 집과 학교를 한 번에 오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자전거였다. 꼭 자전거여야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내 형편에 이용할 수 있는 최선의 교통수단은 자전거밖에 없었다.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초가을 정오에 단행한 첫 자전거 등교는 1시간이 걸렸다. 한강변에 시원하게 뚫려 있는 자전거도로를 타고 천천히 페달을 밟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쳐, 중간에 두어 번 정도는 쉬어야 했다. 온몸에 땀이 흥건했지만 갈아입을 옷도, 땀을 닦을 수건도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었다. 화장실에서 대충 얼굴의 땀만 문질러 닦아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게다가 주차할 곳 또한 마땅치 않아 자전거를 세워놓는 데만도 20여 분이 걸렸으니 첫 달부터 자전거 통학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려니 마음이 천근만근만큼이나 무거웠다.


어떤 일이든 처음이 힘든 법이다. 하루 이틀 지나니 다리에 힘이 붙고 요령도 생기면서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전거를 타면서 다른 아침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쁜 출근시간, 지하철과 버스 안으로 몸을 구겨 넣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혼잡한 아침이 아니었다. 걷거나 뛰는, 혹은 페달을 밟는 사람들을 가볍게 스쳐 지나가면서 차근차근 두 발로 밟아가는 아침이었다.


두 발로 걸을 때처럼 길 위를 꾹꾹 눌러 밟는 맛은 없지만, 주변의 풍경을 시원하게 귀 뒤로 넘겨버리는 자전거의 매력 또한 떨쳐버리기 힘들었다. 게다가 두 손 두 발로 시간을 꽉 잡고 있으니 초조해 할 이유도 없었다. 기다려야 할 것이 없으니 마음 졸이며 서성일 필요도 없었다. 속도를 낼 요량이 아님에도 발목에 힘이 들어갔다. 차근차근 페달을 밟고 있노라면 이마에 맺힌 땀이 어느새 온몸으로 퍼져 있었다. 허벅지가 당겨오는 만큼 입가도 당겨왔다. 그렇게 아침이 시작된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가방끈도, 몸뚱이를 뒤로 밀어내는 맞바람도, 함부로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드는 눈부신 햇살도 모두 나의 아침이다. 유쾌할 것도, 그렇다고 특별할 것도 없는 아침. 자전거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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