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성폭력 예방·처리 규정 개정

 

 

 

 

 

 

 

지난해 7월 학내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여 만에‘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안’(이하 성폭력개정안)이 마련되어 심의 및 승인 절차를 앞두고 있다. 이 개정안은 14명의 학교 및 학생 대표위원들로 구성된‘반(反)성폭력 규정 개정안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가 약 3개월간의 논의과정을 거쳐 내놓은 것이다.

성폭력상담센터의 독립·전문화

심의위 위원이자 2캠퍼스 학생생활상담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숙영 교수(식품영양학과)는 성폭력 관련 규정의 개정을 요구했던“비상대책위원회 학생들의 개정안(<성폭력학칙개정 중앙대 심포지엄 자료집>, 2007.12.5)을 기본 토대로 삼아 보완하고 타 대학 사례를 참고하여 성폭력개정안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심의위의 성폭력개정안에는 성폭력상담센터의 위상과 역할, 성폭력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의 구성, 피해자 보호에 대한 내용이 보완 및 신설되었다. 우선 성폭력상담센터는 부총장 직속의 독립 전문기구로 설립하고 관련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상담실장을 두도록 했다. 또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한 신고접수와 피해자의 치료·보호뿐만 아니라, 관련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예방과 교육활동 등을 맡게 되었다. 이로써 성폭력 사건 발생 시 학내 구성원들이 대처방안을 몰라 더 큰 피해를 입거나, 학교 측이 전문지식이 없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개선될 수 있게 하였다.

성폭력 사건 처리를 담당할 대책위의 구성도 대폭 수정되었다. 대책위는 총 11인으로 구성되며 남녀 위원 비율이 각각 60%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학생대표로 심의위에 참여해온 박지인 총여학생회장(정경대 경제학과 3학년)은“현재 대학교수 절반 이상이 남성으로 이뤄져 있어 대책위가 대다수 남성으로 구성될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이 조항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피해자 보호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는 사건 공론화 이후 학교 측의 위압적인 태도와 학생들의 언어폭력 등으로 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이에 이번 개정안에서 대책위는‘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조사행위’나‘피해자에게 신체·정신적 위해를 가하는 행위’등의 2차 가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를 갖게 되었다.

개정안의 미비점과 논쟁점

그러나 성폭력개정안에는 대책위가‘조사 중인 사건이 수사기관이나 국가위원회 등 상급기관에 접수되거나 법령에 따른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될 경우에는 조사절차를 중단한다’는 사항이 추가되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 경우 학교에서는 상급기관의 판결이 날 때까지 피해자 및 다른 이해관계자의 추가피해를 막을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명실 1캠퍼스 학생생활상담센터 상담교수는“상급기관과 학교 측의 징계가 상이할 경우 가해자가 학교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거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심의위에서 이 조항을 추가하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를 유보하더라도 학교 당국은 (가해자가 교수일 경우) 가해 교수가 잠정적으로 수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며“어떤 조치를 구체적으로 취할지는 학내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성폭력 피해의 신고기한을 1년 이내로 둔다는 조항 역시 논란의 여지가 많다. 심의위 위원인 김형준 교수(법학과)는 “형법상 성폭력범죄는 친고죄이며 고소기간은 1년으로 되어 있다. 친고죄 특성상 고소기간을 너무 오래 허용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위 조항을 추가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사회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권력관계가 얽혀 신고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신고기한을 두지 않는다’는 단서를 덧붙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윤상 부소장은 “일정 신고기한을 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으나 노동부의 관련 법규가 공소시효를 3년 이내로 둔 사실을 볼 때 1년의 기간은 다소 짧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가 공론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피해자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여 신고기한을 정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심의위는 세부적인 수정을 거쳐 성폭력개정 최종안을 조정부서인 기획조정실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기획조정실에서 검토한 후, 행정협의회와 교무위원회의 심의 및 승인을 거쳐 공표·시행하게 된다.

여전히 미흡한 점이 남아 있으나 이번 성폭력개정안은 성폭력상담센터의 역할과 피해자 보호내용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 개정안이 나오기까지 학내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심의위는 빠른 시일 내에 성폭력개정 최종안을 도출하고 학교 본부는 이를 지체 없이 공표·시행하여 개정안이 실효성을 발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본교에서 처음으로 설립될 예정인 성폭력상담센터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홍보하여 학내 반성폭력 문화의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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