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2 목 12:52
기획사회
장애인의 ‘시민 되기’ 싸움은 계속된다박옥순 /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 사무국장
구슬기 편집위원  |  pigpoof@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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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호]
승인 2008.05.09  14: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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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민주화 바람을 타고 이어진 각 영역의 ‘시민 되기’ 싸움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를 향한 입법 운동의 수는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시민으로서 제대로 된 권리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당당한 구성원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갖기 위한 싸움을 계속해 왔다. 이런 투쟁으로 사회 제반 여건이 성숙하면서 일반적으로 시민권 획득의 성과를 가진 영역과 계층이 확대되었고, 앞으로도 이런 투쟁은 지속될 것이다.

장애인은 1980년대 후반부터 ‘시민 되기’ 싸움을 시작했다. 그러나 과학과 경제의 발전으로 판타지를 꿈꾸는 21세기 초반에도 장애인의 삶은 ‘굴절된 삶’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아직도 집구석이나 시설에 처박혀 살아가고, 교육은 커녕 노동현장에 진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계속 철로 점거와 버스타기, 일상적인 집회와 1인 시위, 온라인 투쟁, 그리고 점거 투쟁을 해야 하는 야만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차별 철폐 투쟁이 다른 영역과 계층의 ‘시민 되기’ 싸움과는 천지차이로 다르다고 느끼는 시민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복잡한 서울 한복판을 가로막아 교통 체증을 일으키고, 공공 기관 점거로 공공 업무를 마비시키고, 광화문 앞 이순신 장군 동상을 두 번이나 오르고, 광화문에는 현수막을 걸었다. 또한 한강대교를 기어가고,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을 포함하여 국회 본청을 점거하고, 경제계와의 싸움 한판을 거하게 치루는 한편, 종교 집단과의 싸움도 거칠 것 없이 해내는 장애인 투쟁에 어떤이는 혀를 내두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싸움은 현재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제정 운동 역시 장애인이 시민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쟁취 투쟁이었다. 만 7년간의 투쟁은 그야말로 풍천노숙으로 쟁취한 피맺힌 성과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장차법 제정 운동 기간을 결코 7년이라고 하지 않는다.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부지불식 간에 또는 의도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터진 장애인 차별의 역사가 수백 년이다. 이 차별을 철폐하고자 조직을 구성하고, 대안을 만들고, 투쟁하여 법안을 제정하기까지, 과연 7년의 세월로 그 역사성을 가늠할 수 있을까?

장애인 차별의 수백 년 역사 철폐될까

지난 4월 11일부터 장차법이 시행됐다. 지난해 장차법이 제정되자, 장추련은 장차법의 실효성 담보를 위해 여러 투쟁을 진행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개정되지 않았고, 시행령도 완성단계가 아니며, 인력도 보충하지 못한 미완의 단계에 있다. 장차법은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를 향한 장추련의 향후 투쟁은 절실하기만 하다.

그 하나로 장차법 시행 이후 ‘10일’간 장차법 진정인단을 모아 156명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장차법이 일상생활을 포함하여 생애주기별로 나타나는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권리구제수단까지 명시된 우리나라 최초의 인권법임을 감안할 때, 법 시행에 따른 실질적 차별금지가 이뤄질 것인가에 대해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장애인이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함으로써 법 시행의 상황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장차법이 시행되면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질문을 한다.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당혹스러운 질문이다. 일정한 시간이 흘러봐야 장차법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두 가지 사항은 명확하다.

하나는 장애인 차별을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법률로 규정된 장애인 차별에 대해서는 법률만 찾아보면 알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차별인지 아닌지, 그저 속상하고 분노했던 장애인들의 혼란스러움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차별인지 몰라서 차별해 왔던 비장애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장애인 차별이 악의적이고 반복적일 경우에 처벌할 수 있도록 명문화된 것으로 ‘차별’이 ‘범죄’적 행위로 인식됨으로써 ‘차별금지’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장차법은 처벌에 목적을 두기보다 장애인 차별을 알리고 예방하는 애초의 취지 달성에 유효할 수 있다고 본다. 적어도 장차법은 더 이상 ‘차별’ 또는 ‘장애인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는 ‘문화’의 확산을 주도할 것이며, 나아가 ‘인권’을 향해 진일보한 가치지향적인 한국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법률로 사람의 권리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여전히 ‘시민 되기’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장애인계는 장차법에 이은 또 다른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시설에서 사는 장애인들은 ‘형기 없는 감옥’ 생활을 청산하고 싶어한다. 지적장애인을 포함한 발달장애인이 지역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날을 향해 장애인계의 처절하고 힘찬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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