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환 /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

1839년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에서 다게르의 사진술이 정식으로 인정된 이후 사진은 그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발전을 거듭해 왔다. 특히 최근의 사진 열풍은 전문가들조차도 놀랄 만큼 그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실제로 사진은 일반 대중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사용되어 왔다. 실험이나 진단, 측정 도구로서 사진은 여러 학문 분야에서 오래 전부터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정보로서의 가치 또한 대단히 높은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과학사진의 변천사

 
 

역사적으로 최초의 과학사진은 사진의 정식 공표가 이루어진 후 불과 한 해 뒤인 1940년 드래퍼(J. W. Draper)가 뉴욕에서 20분간의 노출로 촬영한 달의 모습이 남겨져 있다. 기록상으로는 1939년 허쉘(John Herschel)경이 자외선과 적외선 연구에 사진기법을 사용하였다는 내용도 전해진다. 이렇듯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과학사진 분야도 급변하는 현재의 시대상을 반영하듯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즉 객관성과 실용성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미적인 아름다움을 부가시키기도 하고, 그에 따라 기존에는 전혀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었던 타분야와의 교류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서로 필요성을 인식해서 시너지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제대로 포장되어 보여지지 못하였을 때의 문제를 인식한 측과, 보다 창의적인 작업을 위해 기술의 필요성을 느낀 측이 서로의 장점을 취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보자는 데 뜻을 같이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사이아트(Sci-Art)의 형태, 사진가와 과학자가 각자의 전문지식을 살린 협력 작업의 형태, 혹은 과학 분야에서 생산되는 이미지들이 가지고 있는 미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과학사진은 그간 이미징 사이언스(Imaging Science)나 사진이 활용되는 공학기술(Photographic Technology) 분야에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혹은 일반적인 사진 촬영 방법으로는 기록하기 힘든 대상의 평가, 분석, 측정을 위해 사용되어 왔으며, ‘절대적 객관성과 모호함의 부재’를 절대가치로 추구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도구로서의 역할 뒤에는 그것이 표현해내는 미적인 아름다움 또한 엄연히 존재해 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단지 기능적인 면이 강조되다 보니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도 가진 인간은 그러한 아름다움을 간과하지 않았고, 지금껏 여러 다른 명칭 혹은 형태로 소개해 왔다. 비록 사이아트와 같은 생소한 용어들이 일반인들에게 친숙하게 느껴지지는 않겠지만, 현재 우리가 느끼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생겨나기까지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것이다.

과학사진의 네 가지 분야

과학사진은 크게 네 분야로 나뉘어진다. 첫째 아주 작은 부분의 세밀한 관찰을 위한 고배율 사진(Photo-macrography & Photo-micrography)분야, 둘째 광학적인 면이 주요관심이 되는 광학사진(Optical Techniques)분야, 셋째 아주 빠르거나 느린 움직임을 기록·분석하기 위한 동사진(Motion & Flow)분야, 넷째 인간의 시지각으로 감지하지 못하는 비가시광선 영역을 주로 이용하는 사진(Spectral Recording)분야이다. 대단히 광범위한 분야이기에 세부 분야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논외로 하겠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본다면 과학사진의 여러 예들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사진과 응용이미지는 깊은 바다 속에서부터 지구 밖에 이르기까지 확장된 인간의 모든 활동에서 인간의 노력과 천재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레이(Sidney F. Ray)박사의 말처럼 과학사진의 응용범위는 무한하다. 나아가 사진뿐만 아니라 이미지, 혹은 모든 매체의 활용은 사용자가 그것을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는가에 따라 그 가치 및 목적, 결과가 무한하게 달라질 수 있다. 과학과 예술, 이성과 감성이 만나 맺을 그 풍성한 결과의 열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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