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17일 ‘제1회 젊은 영화제’가 명동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다.

20대 영화학도들은 이주노동자, 여성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참신한 단편영상으로 풀어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톡톡 튀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작품에서 성숙한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까지, 젊은이들의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대진대 장세진 감독의 <하우즈(How's)>는 리얼리티쇼의 관음증 문제를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로 풀어낸다. 영화에서 남성 도전자는 성경험이 전무한 여대생 예나와의 잠자리를 걸고 러시안 룰렛 게임을 벌인다. 장전하는 총알이 늘어갈수록 화면은 점점 더 빠르게 전개된다. 6연발 리볼버에 5번째 총알을 장전한 남자가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는 순간, 관객은 목덜미까지 차오른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다. ‘탕’하고 울려퍼지는 총소리에 이어 피투성이의 남자와 그를 차갑게 바라보는 예나의 모습이 교차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화면을 향해 총을 건네는 예나의 서늘한 눈빛은 지금까지 실컷 쇼를 즐겼으니 이제 당신 차례라고 말하는 듯하다.
세종대 김태용 감독의 <솔롱고스(Solongos)>는 따뜻하고도 성숙한 시각이 돋보인다. 이 영화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다루긴 하지만 여느 TV프로그램처럼 그들의 삶에 카메라를 섣불리 들이대진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특수한 사회현상이 아닌 외로움과 맞닥뜨려야 하는 인간 보편의 문제로 다룬 것이다. 감독은 가족을 등지고 한국에 온 몽골인 자야와 몽골로 남편을 떠나보낸 선화의 일상을 교차시키며 여성의 연대, 더 나아가 인간의 소통을 담아낸다. 두 여성의 소통을 통해 감독은 인간은 외로운 섬과 같은 존재이나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번 영화제는 젊은 영화인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행사라는 점에서 진정 ‘젊은 영화제’라 할 수 있다. 첫 걸음을 내딛은 만큼 행사 진행에 있어서 미숙한 면을 보이긴 했으나 그 실수마저 풋풋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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