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만 / 진보전략회의(준) 운영위원

■ 민노당 분당파를 위시한 ‘새로운 진보정당’과 노동자계급 중심의 ‘변혁적 진보정당’이 최근 좌파신당 창당 흐름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궁극적으로 진보라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두 창당운동 간에 서로 다른 입장을 비교해봄으로써, 좌파신당이 나아가야 할 ‘같지만 다른’ 지향점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진보정당운동을 주도해온 민주노동당은 적어도 강령상으로는 스스로 ‘국가사회주의의 오류와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선 민주적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정당’으로 규정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주적 사회주의는 항상 언술로만 그쳤으며 부유세 도입, 무상교육, 무상의료, 사회연대전략 등 사민주의 정책으로 이를 대체해 왔다. 그에 따라 민주노동당은 좌파민족주의 세력과 사민주의 세력이 주도해 온 정당이었다. 게다가 근자에는 좌파민족주의 세력의 패권이 관철됨으로써 민족주의적 전망이 사민주의적 전망을 압도하는 정당이 되었다. 그런데 17대 대선에서의 참패를 계기로 그간 양 파 간에 누적되어온 갈등이 일거에 폭발함으로써 오늘날 민주노동당 운동은 파산에 직면했다.

민족주의 세력과의 결별을 선언한 신당파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신당파들이 추구하는 노선의 말로는 자본주의 극복의 원칙과 사회주의적 이상과 가치의 견지, ‘더 많은 녹색으로’와 더불어 ‘더 많은 적색으로’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더 많은 적색으로’의 실제적 내용이 사회주의적 변혁의 내용을 밝히지 못하고 있으며, 선거를 중심에 둔 정치공학적 사고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진보와 자본주의 극복의 다원성 인정’ 등을 명분으로 사민주의보다도 더 우경적인 조류들도 포함시키는 사민주의 주도 하의 진보대연합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총선을 앞둔 몸집 불리기와 생존을 위해 ‘명망가’를 중심으로 한 선거 전략에 매몰된다면 스스로 비판한 민주노동당 운동에도 미달하는 더욱 강화된 ‘의회주의’나 ‘사민주의’로 전락할 것이다.

잡탕식 정당운동 벗어나야

현재의 진보정당운동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사민주의, 자유주의까지 포괄하는 잡탕식 정당이 아니라 현실의 진보정당 운동을 더욱 급진화시키는 방향, 자본주의의 극복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그 극복을 위해 투쟁하는 ‘사회주의적 노동자계급정당’이라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발본적인 변혁을 추구하는 진보정당만이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열망을 올곧게 대변하고, 그 참다운 대의를 실현시켜 나아갈 수 있다. 게다가 오늘날 축적 위기에 더욱 깊숙이 빠져들고 있는 자본주의는 노동자 대중에게 갈수록 더 많은 고통을 강요하고, 이들을 위한 사소한 개혁조차 불허하는 지극히 야만적인 체제로 변모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혁신자유주의적ㆍ사민주의적 개혁을 통한 자본주의의 전반적인 쇄신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음을, 또 이로 인해 인류가 오늘날 더 심화된 야만이냐, 아니면 사회주의적 변혁이냐의 기로에 처해 있음을 가리킨다. 이런 정세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되는 진보정당은 다름 아닌 사회주의적 노동자계급정당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요구되는 사회주의적 노동자계급정당은 거대한 역사적 비극을 경험한 이전의 사회주의정당 운동의 과오와 한계를 넘어서는 정당이어야 한다. 그 정당은 무엇보다 대중정치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정당, 대중들의 투쟁과 일상적으로 결합하는 가운데 대중들을 신자유주의ㆍ자본주의 이데올로기로부터 해방시키고 정치의 진정한 주체로 상승시키는 데에 기여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국가권력을 대중권력으로 대체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정당, 철저히 민주적인 사회주의체제의 건설을 추구하는 정당, 생태주의ㆍ여성주의적 관점을 적극 수용하는 정당이어야만 한다. 계급적 억압 등으로 남김없이 환원되지 않는 모든 형태의 사회적 억압과 차별에 반대하며, 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를 유보 없이 옹호하는 21세기형의 새로운 사회주의적 계급정당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정당은 이 시대의 주요한 당면 과제의 해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과 연대하면서도 그 연대가 사회주의적 변혁에 기여하는 것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정당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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