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천 / 중앙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결혼한 부부와 혈연 또는 입양으로 맺어진 자녀”를 가족으로 당연시하고 있는 한국인에게 허수경씨의 싱글맘 선언은 신선한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거역할 수 없는 사회변화의 물결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다른 한 편에서는 “아빠 없는 자식을 만들 수 없고, 가족을 해체시키는 행동이다”라는 이유로 반대하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등 허씨의 선언은 다양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싱글맘은 외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가족형태이고, 한국에서도 2년여 전에 상영된 <가족의 탄생>이란 영화에 대한 호평과, 급증하고 있는 이혼과 재혼가족 및 국제결혼가족 등의 변화 물결로 인해 이미 충분히 예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허씨의 선언은 가족이 혈연관계에 의존하지 않고, 상호간의 동의와 개인적 선택에 의해서도 성립되는 단위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허씨는 혼인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결정한 적극적인 싱글맘으로 “생물학적 아빠는 중요하지 않다”는 믿음으로 정자를 기증받아 시험관 아기시술을 통해 아이를 갖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싱글맘은 미혼모, 이혼·사별 등으로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뜻하지만 미스맘은 이렇게 자발적인 싱글맘을 일컫는 용어이다.

한 결혼정보전문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미혼 여성 316명 중 ‘본인이 앞으로 배우자 없이 아이를 혼자 낳아 기를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17.7%가 ‘그럴 수 있다’는 답변을 하여 급격히 변화하는 가족관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가족의 변화를 보는 전문가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될 수 있다. 그 하나는 주류 가족과는 다른 가족을 가족해체이자 문제로 보는 보수적 입장으로, 기존 가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정책을 고수하고자 한다. 이에 해당하는 국가들로 한국, 영국, 미국, 호주 등의 국가들을 들 수 있다. 한국의 경우 한부모가족을 아직도 결손가족이라고 지칭하고 있는데, 이러한 용어의 사용 자체가 한부모가족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에 가족의 다양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진보적 시각은 후기산업사회의 특성상 필연적 산물인 다양한 가족이 조화롭게 공존하여 잘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은 가족친화적 정책으로 반영되어, 이러한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에서는 다양한 가족들이 차별받지 않고 기존 가족들과 동등한 지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최근 가족정책은 가족이라는 집단을 중시하기보다는 독립된 주체로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데 더 관심을 두고 있으며 싱글맘이나 한부모도 다른 가족들과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얼마 전까지 특정한 가족을 고수하는 보수적 사회문화 속에서 가족정책을 실시하여 왔던 한국사회에서 한부모가족으로 사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심리사회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한부모가족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싱글맘의 경우 여성이 경제적인 능력이 있어도, 자녀양육에 있어서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의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어렵다.

 

가족의 다양성과 부족한 복지정책

사회복지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인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구조적인 차별 문제를 해결하여 사회의 통합을 지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사회보험과 공적부조 그리고 사회복지서비스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보험은 근로능력이 있는 근로자나 자영업자가 은퇴나 불의의 사고로 인해 소득이 중단된 것에 대한 대책이고, 공적부조는 생산능력과 근로능력이 없어 국가의 지원 없이는 살기 어려운 요보호자가 그 대상이 된다. 사회복지서비스는 사회보험과 공적부조라는 경제적 대책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인간의 심리·사회적 요구와 문제에 대한 대책이다. 따라서 한부모가족에 대한 차별과 소외 등의 문제는 다양한 사회복지서비스를 통해 해결을 도모하여 왔다.

가족친화적 가족정책을 실시하는 국가인 프랑스와 스웨덴 등에서는 싱글맘이 이러한 사회복지제도에 의해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경제적 급여와 다양한 심리사회적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한부모가족을 위한 사회복지 대책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그나마 최저 생계비 수준 이하에 있는 한부모가족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해 최저생계비보장과 긴급지원서비스 및 무료 보육시설 이용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서비스의 수준이 낮고, 이 기준에 해당되지 않지만 살기 어려운 빈곤층들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가족부의 출범으로 한국사회에서 싱글맘이 겪을 수 있는 사회적 차별과 낙인 그리고 아동양육의 불편함을 도와줄 수 있는 대책들이 개선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싱글맘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싱글맘의 경우 경제적 문제를 떠나 이들을 바라보는 이웃과 사회의 시선이 긍정적이지 않으면 싱글맘과 그 아동은 매우 큰 고통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미래의 사회가 다양한 가족과 공존하여 조화롭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싱글맘가족을 편견에 입각하여 문제가족으로 보는 시각은 지양되어야 한다. 사회 변화에 따라 가족의 가치와 개념이 바뀌고, 그 형태가 다양하게 변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소수’인 싱글맘가족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호대책과 함께 이들을 위한 사회복지대책의 강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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