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우수논문제 최우수작 400만원의 숨은 주인공은 원총 회장?

 


원총 회장의 논문 제목
원총 회장의 논문 제목
최우수작 상금 400만원, 우수작 180만원, 가작 80만원.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에서 주최하여 지난 4일 시상식을 치른 ‘중앙우수논문제’는 상금액이 지난해 보다 두 배 이상 늘어, 타 대학이나 기관에서 주최하는 어떤 논문제보다도 월등한 상금 규모를 자랑했다. 이충원 원총학생회장(심리학과 박사과정)은 시상식 개회사를 통해 “대학원생의 연구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올해 중앙우수논문제 상금 규모를 대폭 증액했다”고 밝혀, 이러한 결정에 그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번 중앙우수논문제는 수상작 발표와 함께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주최 측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인문계열 최우수작 1편과 우수작 2편을 모두 심리학과 논문이 차지하면서 “심사위원 3인이 모두 심리학과 출신이다”는 익명의 제보가 본지에 접수되었다. 성환갑 대학원장도 축사를 건네는 자리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수상작이 심리학과 전자전기공학 등 특정 분야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 그것”이라고 표명했을 정도였다. 이충원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부 심사위원 3인의 신상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우리 학교 출신이나 심리학 전공자는 절대 아니다”면서 소문을 불식시켰다. 하지만 심사위원 섭외 과정에 이충원 회장이 개입한 점, 그리고 예년과 달리 수상작에 대한 ‘심사평’이 공개되지 않은 점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관련기사 2면)


최우수작 논문의 원저자는 이충원 회장

그러나 심사와 관련된 여러 의혹들은 본지가 취재 과정에서 밝혀낸 충격적인 사실에 비하면 서막에 불과했다. 지난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한국심리학회의 주최로 경주에서 개최된 ‘2007년도 한국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의 자료집에 이번 논문제에서 최우수작을 받은 박준성 원우(심리학과 박사과정)의 논문 ‘인터넷 쇼핑에서 상품 사용 후기 개수차이로 인한 동조효과가 소비자의 품질지각 및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과 동일한 제목의 논문이 이충원 회장의 이름으로 실린 것이다.(http://cogpsy.skku.ac.kr/cwb-data/data/newarticle/2007-KoreanPsychologicalAsso-ConventionProgram_0.htm) 한국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는 수십여 편의 논문이 발표되는 관계로 자료집에 각 논문의 초록만을 게재하는데, 당시 이충원 회장이 제출한 논문의 초록 원문은 도서관 학술DB 'KISS'를 통해 온라인상에서도 쉽게 열람할 수 있었다.(그림 1)

전체 2페이지 분량으로 논문의 주요내용을 요약한 그의 초록을 최우수작인 박준성 원우의 논문과 대조해 본 결과 놀랍게도 제목, 연구주제, 연구 방법, 결론 등이 모두 동일했다. 접속사 한 두 개가 바뀌고, 오타로 보이는 한 두 글자의 차이를 빼면 본문 자체가 사실상 일치했다.(그림 2) 본교 사회학과 주은우 교수는 “제목은 물론 서론 내용, 측정 도구, 연구 방법, 결론, 참고문헌 등이 모두 같아 누가 봐도 동일한 논문이다”라고 확인해주었다. 학과 교수와 함께 공저한 이충원의 논문이 원본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황상 박준성 원우의 명의를 빌어 자신의 논문을 발표했거나, 모종의 ‘논문 거래’가 있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파렴치한 사기행각

만일 이러한 혐의가 사실이라면 이충원 회장과 박준성 원우는 연구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져버린 것은 물론, 총학생회장의 지위를 이용해 원우들을 상대로 파렴치한 사기행각을 벌인 것이다. 이번 논문제에 응모해 본심에서 탈락한 한 원우는 “탈락 소식을 접하고 내가 아직 부족하구나 하며 위안했었다. 이런 짜고 치는 고스톱에 들러리 역할을 하려고 정신적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는 것에 참담하다”며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총 2천여만 원에 달하는 중앙우수논문제 사업비 자체가 원우들이 납부한 학생회비에서 책정되는 만큼, 사실상 응모자는 물론 모든 원우가 피해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충원 회장의 논문의 공저자로 본교 심리학과 A교수의 이름이 올라있다는 점도 논란거리이다. 우선 예상 가능한 경우는 교수들이 모를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충원, 박준성 원우가 연구자로서 치명적인 오점을 남길 수도 있는 ‘모험’을 감행했을 가능성이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원우는 “박사 과정의 경우 학과 교수님들이 최근 연구 주제나 관심사를 훤히 꿰뚫고 있는데 교수의 암묵적 동의 없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겠느냐?”며 교수의 사전인지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실무 담당자인 권지은 학술편집국장(서양화학과 석사과정)을 비롯한 여타 총학 간부들의 사전인지 여부 또한 전혀 배제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두 개인의 사기 행각을 넘어 원총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의혹은 커져만 간다. 만약 몰랐다면 기등재된 논문인지 확인하는 논문제의 기본적인 절차마저 거치지 않은 것이 된다.

총학생회 회칙에 따르면 이번 비리 혐의와 같이 중대한 불신임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전체대표자회의에서 탄핵발의를 상정할 수 있으며, 불신임안이 확정된 경우 “장학금을 비롯한 모든 혜택을 반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운영위원회는 지금 당장 이충원 회장의 권한을 정지시킨 후 이번 혐의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진행하고, 지난 한 해 동안 진행된 총학 사업 및 회계분야에 대한 전면적인 재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방만하게 운영된 중앙우수논문제 또한 수상금 지급 등의 모든 관련 절차를 중지시키고,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재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바닥에 추락한 원총의 도덕성과 신뢰를 회복하고, 실추된 원우들과 학교의 명예를 바로세우는 길이다. 방학이 멀지 않았다. 중앙운영위원회와 원우들의 적극적이고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원총 회장의 원문 초록 발췌
원총 회장의 원문 초록 발췌
최우수작 박준성 원우의 논문 발췌
최우수작 박준성 원우의 논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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