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있는클래식

 김영 / 음악인

바로크 협주곡의 기초를 다진 비발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가장 현대적인, 그래서 고전으로 남은 음악을 만든 사람이 바로 비발디다. 비발디 하면 보통 사람들은 <사계>를 떠올린다. 워낙 유명한 곡이기도 하지만, 후대의 수많은 음악인들이 샘플링해서 사용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사계>의 겨울 2악장을 샘플링해 만들어진 <헤어진 다음날>을 가수 이현우가 불러 유명해지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멜로디에 가사를 붙인 것이 폭발적인 반응으로 나타났었다. 이현우는 비발디에게 빚진 셈이다.

또한 ‘바로크 메탈’이라고 해서 주로 비발디 등 바로크 음악가들의 작법들을 따와 기존의 메탈에 클래시컬 어프로치를 시도한 경우가 있다. 음악적으론 디미니쉬 스케일과 하모닉 마이너 스케일에 의한 라인 전개를 보여주는데, 이러한 모드들은 클래식에서 쓰여지는 것들이다. 모드는 흔히 교회 선법이라고 하는데, 중세 서양에서는 교회를 위한 선교 음악이 발달했었다. 근데 당시에는 조바꿈이라는 게 없었다. 그런 음악 이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를 바꾸는 게 아니라 스케일의 시작 위치를 바꾸게 된 것이다. 후에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음악 이론이 발달하게 되었고 조바꿈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면서 나란한 조인 이오니안과 에어리안을 모아서 메이저 스케일, 마이너 스케일이라 이름 붙이게 되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드라는 이름으로 쓰게 되었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하모닉 마이너는 화성단음계라고 하고, 디미니쉬 스케일은 말 그대로 온음-반음-온음-반음 이렇게 반복되는 것이다. 잉베이 맘스틴, 임펠리테리 등의 음악인들이 이러한 바로크 시대의 비발디식 선법들을 응용했다고 해서 ‘바로크 메탈’로 통칭되는 음악을 하고 있다.
비발디의 음악 중에는 <사계> 외에도 정말로 아름다운 음악이 많다. <세레나타 아 트레> 중 ‘에우릴라의 아리아’, <조화에의 영감>, <글로리아>, <첼로와 클라브생을 위한 소나타>, <스타바트 마테르>, 오페라 <광란의 올란도> 중 ‘올란도의 아리아’ 등 이름도 생소한 곡들도 많지만 모두 들어보길 권한다.
나이젤 케네디가 청바지 차림으로 연주하는 파격적인 <사계>도 매력적이었지만, 모두 12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되어있는 <조화에의 영감>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다. 이 음악은 ‘빠름-느림-빠름’의 3악장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화려한 바이올린 기교와 더불어 부드러움과 발랄함의 다양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추천할 만한 곡이다. <조화에의 영감>에 실린 모든 곡이 다 좋지만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바로 제 6번 a단조다. 이 곡을 들으면 누구나 ‘아!’ 라는 감탄사를 절로 내뱉을 만큼 매력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로크메탈 음악가들도 비발디의 이러한 아름다움에 반했을지 모른다. 비발디를 샘플링한다고 해서 진부하지 않기 때문에, 음악의 보편적인 감동을 새로운 방식으로도 줄 수 있기 때문에 비발디는 지금도 끊임없이 현대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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