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에 이라크 내각에서 승인된 석유법이 국제사회에 중요한 정칟경제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석유자원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권력구도가 이라크 내의 지역갈등과 맞물리며 모호한 긴장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이 법안이 이라크 전지역에 석유수익을 공평하게 배분한다는 것을 표방하고 있기에, 기존의 갈등을 종식시키고 새로운 국가통합을 불러올 촉매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시아-수니-쿠르드로 분할된 지역 종파들이 고른 수익금 배분에 합의함으로써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종파간 갈등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법안의 내용들을 보면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먼저 초국적 자본의 석유사업 참여에 대한 통제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1972년 이라크는 석유산업의 국유화를 실시함으로써 초국적 자본의 사업 참여를 막아왔다. 그러나 이번 법안에서는 향후 30여년간 해외자본에 채굴권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개발·운송·서비스 등의 개방, 나아가 개발결정권을 갖는 연방석유가스위원회에 해외기업의 참여를 보장하는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곳곳에서 이번 석유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초국적 자본에 대한 무제한적 석유개방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 비판의 골자이다. 더불어 국가통합이라는 표면적 선언의 배후에 초국적 자본을 등에 업은 미국의 정치적 개입이 존재한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초국적 자본의 경쟁터가 될 석유산업에서 이라크 민중의 삶이 배제될 것은 불 보듯 훤하다. 더욱이 자본의 경쟁이 이라크 지역 종파간의 갈등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03년에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탈로 시작된 전쟁은 4년여의 기간 동안 내전의 형식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 내전을 막기 위해서, 또한 미국을 위시한 초국적 자본의 폭력을 막기 위해서도 이번 법안의 시행은 저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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